세상에는 자율적인 사람이 많다. 그들은 스스로 학원도 다니고 책도 보고 일정 시간을 정해 꾸준히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상황이 극에 달해 급박해져야만 가능하다. 스스로의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은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국민학교^^) 때 방학계획을 파이그래프로 세울 때부터 나에게 계획적인 생활은 무리라는 것을 알았다.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변할 수 있으므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20년 이상 살아온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99% 불가능하다. 나는 보기드문 1%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번 회사에서는 인터넷 강의 등 자기개발 비용을 지원해준다. 수강신청은 무제한으로 할 수 있지만, 수료하지 못할 경우 다음 달 월급에서 제하게 된다. 수강했다면 무조건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달 2개를 벼락치기로 집중하여 끝내버린 뒤, 신나서 이러닝 2개 독서통신 3개를 신청해버렸다. 빡빡하리란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해야지만 내가 공부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저지른 짓이다.
오늘은 초파일,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낮 12시에 일어나 현재 오후 8시까지 계속 이러닝을 듣고 있다. 일본어 리스닝 초중급 2의 10과를 듣고 기말고사를 치뤄 통과를 하였고, 지금은 '세금으로 풀어가는 보험' 을 4과째 듣고 있다. 클럽박스에서 칸쟈니 최근 영상을 주룩 받아놓고도 보지 못하고 8시간 연속 공부하고 있다. 이것을 수료하지 못하면 다음 달 월급에서 10만원 이상 물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공부로 압박스럽게 밀어넣고 있다. 하지만 이 것은 기분좋은 부담으로, 이렇게라도 내가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놀 내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외부 요건을 이용하여 공부한다.
배수진을 칠 경우 물러날 곳이 없다. 나처럼 빈(貧)하게 큰 사람들은 꽁돈 날리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보다 공부하지 않으면 10만 원을 내야 된다는 사실이 더욱 더 절실하게 동기부여가 된다. 무료로 강의를 듣게 해주어서 나처럼 feel받으면 무작정 저지르고 보는 사람들이 많이 신청하게 만들고, 다 듣지 못하면 돈으로 받아내서 어떻게든 수료하도록 만드는, 참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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