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답은 있다. 하지만 내 경험이 일천해서 아직 모를 뿐이다. 물론 만사에 형통하는 만병통치약 적인 진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제리 와이즈먼은 책에서 '고전이란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 뿐' 이라고 말했다-정확히는 제리와이즈먼의 친구가-_-;) 외에는 없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정답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정답을 찾지 못하는 것은 내가 상황 파악을 아직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는 방법이란, 한동안 내가 두 갈레 길에서 어느 방향이 나에게 맞는 길인가 고민하고 방황하다 포기할 무렵, 각자 자신의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가(우리나라 말로는 '장인'이다) 자신의 경험담을 섞어 이야기해주는 것을 듣는 것, 혹은 읽는 것이다. 최근 독서통신의 일환으로 '파워 프레젠테이션'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내가 PPT 자료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자료 작성의 원칙을 재정립할 수 있어 매우 즐겁다. 그 전에는 회사와 협상하는 법을 고민하다 결국 실패는 아니지만, 성공도 거두지 못했었는데, '여성을 위한 협상 전략의 법칙' 이라는 책을 회사 바자회에서 1천 원에 구매하여 읽으며,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거야." 라는 정답을 찾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답이란, 그 상황에서의 정답이다. 그 상황이란 환경(범위 ;boundary), 제약조건(자원;시간 금전 모두를 포함한 Resource), 변수(본인을 포함한 관계자;stakeholder) 모두를 통틀어 일컫는 것이다. 나에게만 통하는 정답이며, 상대가 그 사람이고 어떤 유형의 문제가 어느 상황에 있는지에만 통하는 정답이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에 맞는 정답을 찾으려면, 고민하고, 실패하고, 문제에 부딪치며, 당황해보아야 한다.
최근 내가 고민하는 것은, 회사에 어느 선까지의 제안을 올려도 되느냐이다. 얼마 전에 다녀온 고객감동여행의 강사 이은정님과 CF교육의 담당자이신 박진희님은 "그 제안은 이래서 안돼. 그건 정황상 안되는 거 알잖아. 니가 이해해야지. 조금 불편해도 그냥 참고 써" 라는 생각을 버리고, '고객의 사소한 불만 하나하나까지 이해하고 고쳐주려고 애를 쓰자' 라는 말을 하셨다. 학교에서 배운 "고객감동을 넘어서 이젠 고객졸도의 시대다" 라는 교수님들의 말씀도,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성토하는 전문가들의 강연 내용도, 책의 내용도, 내가 지금까지 항상 생각해온 기본 진리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나는 외부고객이 아니다. 내부고객이다. 내부고객이면서, 다른 내부고객을 상대해야 한다. 나는 내 제안을 검토하시는 다른 부서의 분들이 '그 서비스를 시행하고 싶어하지만, 각종 제약조건 때문에 할 수 없어 답답해 한다' 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실제 내 제안이 그 분들에게 이미 검토된 지 오래일 수도, 그 분들에게 "그런 건 좀 참고 쓰지?" 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실제 내 제안이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안을 올리는 것이 옳을까? 분명히 어디엔가, 해도 되는 제안과 안하는 게 좋은 제안의 그 경계선이 있을텐데, 아직 모르겠다.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는 이 생각은 언젠가 인생 선배, 회사 선배들의 가벼운 조언에 섬광과 같은 깨달음을 얻어 해결되겠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계속 불편을 느껴 더 좋은 방향을 떠올릴 수 있고, 그것을 제안하고, 참여하고 즐기려고 하는 것은 내가 Freshman이 된 이 오랫만의 느낌을 너무나도 반가워하고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분이 사라지면, 현 상황에 불만은 커녕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본인은 적응력과 동화력이 매우 뛰어나, 한 번 애정을 가진 단체에 대해서는 프라이드가 무지하게 높은 고슴도치 엄마가 되는 타입이다.
나는 내 에너지가 당분간은 지속되리라는 것은 알지만,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이제 두 달, 아직 외부인의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이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당분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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