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수학 학원을 등록했다.
ebs 동영상 강의를 보며 만점왕을 성실하게 푸는 아이지만
채점이 밀리는 부모를 둔 탓에 케어는 잘 되지 않았다.
수학을 잘 한다는 아이의 자신감이
중학교에 들어가 선행한 아이들을 만나 꺾이지 않았으면 했다.
익숙하지 않은 것도 시도하게 하려 사교육을 활용해왔지만
사실, 잘 하는 걸 더 잘 하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수학 학원과 영어 학원 시간표가 충돌해서
미술 피아노 기타 드럼 수업까지 섬세하게 조정하다보니
혼자 시간표를 관리하는 대학생이 되는 날을 고대하게 됐다.
집에 와서 놀고 싶은데다 시간 분배가 서툴러
새로 늘어난 숙제들을 자정까지 푸는 아이를 보며
슬슬 만화카페에 데리고 가야겠다 싶었다.
알라딘도 도서관도 많이 가서 새로운 책이 거의 없고
집에 책도 반복해 읽어 다 외운 아이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신선한 자극으로 숨통을 틔워주고자 했다.
슬램덩크를 권했지만 1-2권의 학원물을 넘기지 못하고
15세 이상 관람가 글씨가 너무 작게 써 있어 못 본데다가
반 친구들이 다 본다고 하여 허락해준
귀멸의 칼날에 푹 빠져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녀온 뒤 아이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겼고
숙제가 많아 허우적대면서도 금방 적응했다.
사고력 문제를 퍼즐처럼 같이 풀며 웃기도 했다.
방학 기념 엄마와의 데이트에서 만화카페를 다시 가고자
숙제를 미리 끝내 놓기도 했다.
학년이 올라가 공부 학원이 늘어나는 것은 싫지만
학년이 올라가 즐길 거리가 더 생기는 것은 좋단다.
만화 카페에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수학 학원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단다.
나는 부모님 몰래 만화방 다닌 만화/소설 덕후였는데.
우리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만화 카페를 시작한다.
당분간 아이와 데이트는 무조건 만화 보러 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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