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외로움.

LEEHK 2022. 4. 18. 03:06

아이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엄마도 늘 외로웠다고 말해주었다.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해서도 종종 외로웠고
너희가 태어나 너무 바빠지면서 외로울 틈이 없어졌다고.


신랑을 플스와 위쳐의 세상에 남겨두고
아이 둘을 킥보드에 태워 서점으로 산책 가다가
좁은 길에서 서로 내 손를 잡겠다고 다투는 아들 둘을 보며
짜증내다 체념을 하고 또 다시 으르렁거리는 것을 보며


이 둘이 부모의 사랑을 경쟁하는 형제이기에
결국 생길 수 밖에 없는 결핍이 있을 거고
내가 노력해도 근원적인 외로움을 해결해줄 수 없을거고
그렇다면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하다.


고딩 때 젊은 베르데르의 슬픔에 빠져있었다던 신랑과
내 성향을 받은 아이라면 외로움과 공허를 결국 갖게 될거고
그것은 아이가 부딪치고 성장해가며 깨야 할 껍질이겠지.
부모가 대신 풀어서도 안 되고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지만.


아이들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 꽉 찬 가정을 이루면 좋겠다.
성장하며 조금만 방황하고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며 세상과 부딪치는 그 시간에
부모가 건강하게 살아서 든든하게 버텨주고 싶다.


심적 물적으로 일이 많다. 엄마는 외로울 틈이 없구나.
엄마가 좋아하는 시라고 보여준 황동규의 달밤을
시화로 필사해 준 아이가
언젠가 커서 엄마가 왜 이 시를 좋아하는지 이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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