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하여
10년 전 지방으로 시집 간 친구와 친구의 아이와
나와 내 큰 아이, 넷이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고딩 때부터 미래가 불투명한 불안정한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
둘 다 살도 찌고 늙었지만 그 얼굴 그 목소리 그대로에
고기 없으면 밥 못 먹는 초딩 아들들 데리고
점심 소갈비살 저녁 돼지갈비 아침 갈비탕을 먹이며
이리 저리 수발드느라 사실 회포를 제대로 풀진 못 했지만
아이들 잘 노는 것 보니 기특하고, 헤어질 때 우는 거 웃기고,
년에 한 번은 보자 대수롭지 않게 인사했다.
돌아오는 길 순식간에 폭우가 심하게 쏟아졌다.
와이퍼 최대 속도로도 빗물을 막지 못해 앞이 잘 안 보인다.
모든 차가 비상등 켜고 서행한다. 다행히 아이는 잠들어 있다.
세상의 험난함은 엄마가 헤쳐나가갈테니 너는 안전하렴.
“엄마 나 잠깐 눈 감은거고 잠이 안 와서 하나도 못 잤어.”
아이도 깨고 비도 그치고 해가 뜬다. 지나간 어려움은 지나간거다.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참으로 치열한데
그 와중에 더 잘하려 노력하는 게, 아등바등 어리석고 아름답다.
너나 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