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4월. 경구유발검사 결과 당황스럽게 우유 200미리 성공하다.
그간 우유 든 빵이나 익힌 음식류가 괜찮았던 게 이 징조였나.
비상약은 있었지만, 충동적으로 카페에서 크로무슈를 시도해서
“엄마 치즈가 이런 맛이야? 진짜 맛있다.” 하고 통과하다.
그러나 그 맛있는 이유는 햄이었던듯;;
그 뒤로 우유 치즈 케이크 느끼하다고 질색팔색;;
마치 토속 한국인이 처음 치즈를 접한 느낌으로
식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다.
이런 날이 오다니 꿈이여 생시야 어리둥절 감격에 젖어 있을 때,
전신 두드러기가 처음으로 찾아오다.
얼굴까지 빼곡하게 올라와 기침을 5초에 한 번씩 하며
숨쉬기 어렵다 하여 밤중에 휴일에 응급실 출두하다.
지나고 나서 더듬어 사유를 유추해보면,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로 민감해진 몸에
열감기에 항생제 장복하며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졌을 거고
뛰놀아 땀나고 더워진 체온에 후두둑 올라온 게 아닌다 싶다.
학교도 안 보내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몸 쉬게 하고
응급실과 외래 다니며, 아이 호흡에 문제 생길까봐
너무 무서워 유시락스 하루 세 번 꼬박 먹이며 버티니
오 일 정도 만에 두드러기는 가라앉다.
그런데 6일 째 되는 날 아이가 밤에 기겁을 하며
문어 괴물을 봤다고 덜덜 떨다.
인지 능력과 이성이 있는 아홉살의 표현인지라
약 때문인가 싶어 재우고 약 설명서를 찾아보니
아주 드물게, 1/10,000 로 부작용에 환각이 있더라.
비상약으로 늘 유시락스를 상비해주지만,
하루 세 번 꼬박 먹이며 장기 복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는 인생에 한숨으로 경탄하다.
응급실 가는 종합병원에도 알레르기 이력이 있어야겠다 싶어
피검사를 하여, 결과를 들으러 갔더니, mast 임을 감안해도
기존에 알던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호두 등에 이어
뜬금없이 사과와 복숭아가 알레르기 최고등급이 나오다.
꽃가루 알러지와 이어지는 꽃에서 이어지는 과일.
얼마 전 아이가 사과 먹다 켁켁 거리며 토하고
요즘 사과 먹으면 기분이 좋지 않고 맛없다고 한 것이
또ㅜ이렇게ㅜ이어지나요.
환각 부작용 때문에 대체 약이 있을까 싶어 상담하니,
의사 왈, 그래도 두드러기에는 유시락스 뿐이라며;;
되도록 장복하지 말고, 환각 보이면 끊으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도 눈 비비는 아이에 그 약을 먹이다 ㅜㅜ
나도 늘 바쁜 회사에 신랑도 늘 바쁘고 체력 부족하고
엄마 회사 가지 말라고 아침마다 울부짖는 거친 둘째와
작은 변화 하나 늘 주시해야 하는 영혼과 체질의 큰 아이로
내 그릇에는 늘 물이 가득 차 있는데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자 아등바등 열심히.
옆을 둘러볼 여력이 전에도 부족했지만 점점 더 없어진다.
이렇게 나의 중년이 오는 거겠죠. ㅜㅡ
우유 통과 했을 때는 이게 꿈인가 생신가 얼떨떨 해 하며
급식 도시락 빈도도 줄어 육아 길이 순탄해 졌나 했는데
알레르기와 아토피는 평생의 동반자임을 다시금 느끼다.
비애를 느끼려면 한 없이 파고 들어갈 수 있고,
감사하다 마음 먹으려면 한 없이 감사할 수 있다.
세심하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사랑을 부어내고
스킨십과 예쁜 말들에 위로 받고 힘을 받으며 그저
아이들과 남편과 부모님과 가족이 옆에 있음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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