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식품 알레르기와 아토피

초등학교 입학 - 식품 알레르기 급식

LEEHK 2018. 3. 15. 00:57

입학 전 제목의 키워드들로 검색을 여러 번 했으나, 크게 흡족한 글이 나오지 않았기에, 누군가 나처럼 고민하며 힘든 밤을 보낼 때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기록한다. 기록이라서 쓰다보니 길어질게 분명하다;;

 

 

 

1.

아이는 식품 알레르기로 유제품(우유/버터/요거트 등등) 과 견과류 제한식이 중이다. 생우유는 1cc에 반응이 올라왔는데, 다행히(?) 우유를 소량 넣고 바삭하게 구운 것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모닝빵/식빵/마들렌/머핀/소세지 등은 괜찮다. 그러나 촉촉하게 구우면 안되는 것 같다. 맥*날* 애플파이에는 혀부터 따갑다고 하더니 입가로 삭 반응이 치고 올라왔었다. ㅠ_ㅠ

 

 

초등학교 입학식 바로 다음 주부터 단체 급식을 시작하며, 맞벌이 부모를 두었기 때문에 돌봄교실에서 간식도 먹어야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을 6년 다녔기에 단체활동에 익숙하고, 실제 두드러기가 발생하고 대처한 기억이 여러 번 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 지 알고 있다. 본인이 먹을 수 있는(먹어본) 음식과 먹을 수 없는(먹어본 적 없는)음식을 구분할 줄 안다. 시판 제품의 성분표를 읽어 본인이 먹을 수 없는 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연습을 하고 있고, 상당히 잘 구분한다.

 

기특하고 고맙게도, “긍정적이고 밝고 활달하다. 선생님 말을 눈 마주치며 진지하게 잘 듣고, 한 번 들은 건 잘 기억하고 따르며, 잘 웃고 친구들 사이에서 쉽게 어울리며 쿨하고 사회성이 좋다.” 고 지금까지의 담임 선생님들께서 말씀해 주셨기에. ^^;;;

 

초등학교 입학에서 제일 큰 걱정은 먹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아이가 잘 할거라 믿었다.

 

 

 

2.

입학 전 병원과 상담하여 서류를 준비했다.

1) 식이제한 항목이 표기된 식품 알레르기 진단서,

2) 우유 경구유발검사 기록지 사본,

3) 매년 버전업하는 자체 제작 아이 알레르기 설명서,

4) 성남시 어린이 급식지원센터의 식품알레르기의 이해 일부 발췌본.

담임선생님용, 영양사 선생님용, 보건실 선생님용.

총 세 세트를 엮어 파일로 정리해 각각 라벨지를 붙였다.

 

 

 

 

 

3.

담임 선생님을 좋은 분을 만났다.

 

미리 OT 때 진단서를 드렸고, 입학식 종료 후 교실에 마지막에 남아 준비한 서류 풀세트를 드렸다. 아이에 대해 드리고 싶은 말은 최대한 간소하게 정리해서 (간소하게 정리해서 2페이지 ㅠㅠ) 3번 알레르기 설명서에 담아서 전달했고, 급식 방식에 대한 이야기만 구두로 협의했다.

- 식단표를 보고, 아이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체크해서 선생님께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 급식 받을 때 해당 음식은 받지 않고, 집에서 대체 도시락을 보낼 것인데, 아이가 혼자 모든 것을 챙길 수 있을 때까지 선생님께서 옆에서 지켜봐주시고 실수하지 않도록 챙겨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시라며 급식할 때 본인이 잘 챙기겠다 답해주시는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나 다정하고 진정성이 있어 정말 감사하고,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급식 메뉴 관련해서 교실 내선 번호로 전화를 두 번 더 드렸었는데, 정말 친절하게 받아주시며 아이가 “참 잘해요. 집에서 많이 준비시키고 교육시켜주신 티가 난다.” 며 걱정마시라 이야기해주셨다. 아이도 선생님도 정말 고마웠다. T_T

 

 

 

4.

영양사 선생님도 배려를 해주려고 하신다.

 

진단서를 위시한 아이의 파일을 담임선생님께 전달 받으셨는지, 전화를 드렸을 때, 아이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계셨고, 약 40분 정도 통화했다.

학교에 식품 알레르기의 아이를 위한 제거식(호두 멸치조림을 만들 때, 멸치조림만 한 그릇 덜어내고, 나머지에 호두를 섞는 등...) 경험이 없고, 언제 진행할 수 있다 확답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상황을 길게 설명해주셨다. 알레르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분이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 좋았다.

‘우유’ 표기가 된 제품은 모두 빼고 배식 받는 걸 권하셨지만, 아이는 위에 적은 것처럼 돈까스나 소세지 등은 우유가 소량 들어 있어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단표가 나올 때마다 조리법을 여쭤보고 먹일지 말 지 결정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통화가 편한 시간대를 알려주시며 걱정말고 전화달라고 하셨다.

대부분의 소스가 루를 만들어 쓰기 때문에 버터가 들어간다고 해서, 아 정말 열심히 좋은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노력하시는구나 하고 감탄했고, 시판 소스엔 원가 때문인지 우유 성분 안 들어가는데 ㅠㅠ 하며 아쉬웠다.

메뉴 하나는 레시피가 여러개인지 우유를 쓰지 않는 버전으로 만들어주시겠다고도 하셨다. 아- 정말- 정말- 좋았다.

 

 

 

5.

아이는 참 잘한다.

 

감사하게도, 급식 받을 때 선생님께서 옆에서 지켜봐주시며 챙겨주신다고 한다.

치즈 성분이 소량 들어간;;;; 국 대신 미역국을 보온그릇에 담아서 보낸 날은, 식당에 다 도착해서야 대체 도시락을 놓고 온 걸 발견하고, 전력으로 교실에 달려가서 도시락 챙겨 마구 달려와서 다시 줄 서서 밥 먹었다며, 미역국을 먹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유는 친구들 먹은 국이 맛 없어 보였는데, 본인은 미역국이 맛있었단다. ^^

친구들이 왜 미역국 먹냐고 안 물어봐? 하니, “물어봐서, 국에 치즈가 들어있다 대답하니까, 말도 안돼 여기에 치즈가 어디있어 라며 안 믿더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그래?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맞장구쳐주었다.

 

 

돌봄교실 간식 식단표는 4월이 되어야 나오는데, 3월의 샘플 식단표를 보니 5일 중 3일이 아이가 먹을 수 없는 것이라, 그냥 매일 매일 메뉴를 조금씩 바꿔서 간식 도시락을 보낸다.

하루는 아이를 찾으러 갔더니 돌봄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정말 감동했다며 칭찬을 하셨다. 아이가 챙겨운 “빵이 조금 많은 것 같아, 간식 분배하며 부족한 친구 조금 나눠주라고 했더니, 간식 신청 안 하고 안 먹는 애가 있다는 걸 언제 보고 기억했는지, 그 친구한테 가서 나눠주더라구요. 세상에~ 정말 감동이에요~”

아이에게 혼자만 다른 메뉴를 먹는데 어떤 기분이 드냐 물으니, “애들이 자기 간식 다 먹고 내 거가 더 맛있어보인다며 나눠달라고 해. 몇 번 줬어. 엄마 그냥 빵 하나 더 싸줘, 어제 그 애 나눠주게~” 라는 걸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호의적인 이 모든 환경들에 감사하기도 하다.

 

 

 

 

 

 

 

6.

 

아토피와 모유수유에 관련해 쓴 글에 댓글 알림을 받고, 오랜만에 그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초등학교 급식이 숨막히게 두렵다는 문장이 있었다. 아이가 다섯 살 때 쓴 글이다.

 

 

 

 

7.

초딩이 된 아이는 입학 첫 날부터 지금까지 보름간 한결같이.

“엄마 학교 정말 재미있어, 돌봄도 재미있어. 공부도 너무 쉬워, 선만 그어. 색칠하고. 애들이랑 노는 것도 재미있어. 급식도 맛있어. 간식도 맛있어. 집에 와도 행복해.” 라며 즐겁다. 매일 즐겁게 잠들고, 즐겁게 등교하고, 즐겁게 하교한다.

 

어느 요일이 제일 즐겁냐 물으니 “화요일이랑 금요일! 근데 다른 요일들도 다 재미있어.” 라고 한다.

 

 

 

 

8.

아이가 아토피에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늘 초등학교 급식을 제일 두려워했던 것 같다.

걱정은 태산같이 하고,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준비를 밤새워 했다. 그래서일테지만, 늘 그렇듯이, 걱정했던 것보다 상황은 훨씬 좋다.

앞으로도 잘 될거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