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입시.

LEEHK 2019. 2. 27. 03:15

적당히 나쁘지 않은 머리와

자존심이 팍삭 상하지 않을 수준만 유지할 만큼의 노력으로

그냥저냥 인서울 들어가

재수하지 않고 휴학하지 않고 걍 후다닥 졸업해

아등바등 돈을 벌고 있는 우리 부부는

너무 잘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운동만 시키고 있다.

 

 

줄넘기 일 년간 부모가 붙들고 가르쳐도 다섯을 못 넘던 숫자가

특강 수업 며칠 만에 몇십단위 팍팍 올라가는 걸 보고

“엄마가 가르쳐주던 거랑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게 달라.”

라는 걸 듣고 역시 사교육!! 이라는 걸 깨닫고,

새 학기에는 주 5일 운동을 집어넣었다.

 

부부 맞벌이라 늘 돌봄교실에 갇혀 있고,

미세먼지로 외부 활동 못 하는 날도 많고

부부 성향을 닮아 집돌이에

그만 자자고 해도 한 페이지만 더 읽겠다고 울먹이는 아이라

체력과 운동의 취미는 사교육을 통해 길러줘야 겠더라.

 

 

 

 

그러다 얼마 전 좋아하는 언니야들에게

영어 교육에 대한 여러가지 조언과 경험담을 듣고

후다닥 학원 투어와 교재등을 좀 알아봤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숨이 막히는 것이

이 정글 같은 입시의 세상에 아이를 밀어넣어야 하는가 한숨이 났다.

 

 

 

학원 투어 후, 여러 번 고민하고, 아이와 이야기 한 결과,

새학기 사교육은 ‘미술’ 과목이 추가 되었다. ㅎㅎㅎ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정말 다니고 싶어해서 보낸다.

도저히 영어 학원은 보내는 것이 내키지 않아

집에서 적당히 맛보기 느낌으로 놀이처럼 엄마랑 하기로 했다.

 

 

아이에게 뭘 가르치면 사이가 안 좋아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고;;;

그래서 몇 번 집에서 해보다 포기하고 학원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공부 학원은 (아직;) 보내고 싶지 않다.

즐겁게 행복하게 놀면서 사는 아이의 삶을 부모로서 놓고 싶지가 않다.

 

 

내가 수험생 때도 느꼈는데,

제도권 교육 십여년에 그 이후 인생이 좌우되는 것 같은

문화권이 참 답답하다.

그 틀을 깨고 너의 삶을 살아라 라고 할 만한 가업도 없고

딱히 다른 길을 제시 해줄 수도 없어

대다수인 보통의 경우, 입시지옥을 어떻게 지내는가가

성인이 된 뒤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도 알기에

결국 언젠가는 입시지옥의 레이스에 아이를 밀어넣어야 하겠지만.

 

 

 

현실이 갑갑할수록, 중심을 잡고 가야 덜 흔들린다.

아이가-

본인이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스스로를 알아가는 삶의 길에

한발자국 한발자국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가족과 세상과 행복을 믿고

다양한 시각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를 하며

책을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그 안에 ‘영어 잘 하는’ 이라는 항목은 (아직;) 없다.

 

생각 정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