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서울이 29개월 - 엄마 회사에 벌레가 있어.

LEEHK 2018. 10. 29. 00:54

가을에 코에 바람이 잔뜩 들어

놀이터 산책 놀러가는 것에 푹 빠져 있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 안 갈래. 엄마 회사 가지 마. 놀이터 가자. 산책 갈거야!!”

“놀이터에서 잠깐 놀다 갈까? 미끄럼틀 한 번만 탈게!!”

의 향연이며

주말에 산책 나오면 몇 시간을 밖에 있었든

“집에 안 갈거야. 저 쪽으로 갈거야. 집에 안 갈거야아아아아!!”

하는 진상남이다.

 

 

 

일요일 밤에 재우기 전에 미리 예고를 해 주면 조금 나을까 싶어

내일 엄마 아빠는 회사 가고 형은 학교 가고 넌 어린이집 간다니

“엄마 회사 가지 마아. 엄마 회사에는 벌레가 있어.” 한다.

벌레가 있는 건 좋지 않고 심각한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다.

옆에서 아빠가 아니야 그래도 회사 가야 해 하니

“엄마 아빠 회사에 벌레가 아주 많이 있어! 안 가야 돼.” 한다.

 

 

그리고 보통 월요일 아침이 되면 이 방 저방 뛰어다니며

새벽 출근한 아빠를 찾는다. 아이 나름의 월요병인듯 하다.

“아빠 어디 계세요?? 아빠 여기 없네. 아빠 어디에 있어요??”

 

 

 

 

이 놈은 정말 어휘가 발군이다.

진상도 엄청나고 애교도 엄청나고 자기 주장도 엄청나다.

키가 커져서 불 켜고 끄는 걸 막 시작했는데

혼자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끓어오르는 시기다.

한 번은 손이 미끄러져 잘 안 되길래 도와주니 한숨을 쉬며

“내가 키가 직아서 그래. 얼른 어린이가 되고 싶다.”

“밥 많이 먹으면 쑥 쑥 커져.”하며 까치발 딛고 손을 꺾어 만세 한다.

 

 

 

방문한 곳에 돌 즈음 아기 용 식탁 의자가 있길래

저건 아기 의자라 네가 앉기에는 작다고 알려주니

“아니야 나 앉을 수 있어. 봐봐.” 하더니 다다다 형아 옆에 뛰어간다.

형아 옆에 찰싹 붙어 손바닥을 자기 머리 위에 수평으로 붙이고는

“봐봐. 나는 작잖아. 나도 아기야.” 라고 한다;;

 

 

어휘며 생각이며 표현이며, 매일 매일 놀라움의 연속이라.

하루 지나면 어제 일이 기억이 안 나는 요즘

매일 매일 놀라움을 아쉽게 잊는다.

그래도 몇 개는 적어두어야지 하며 잠결에 일어난 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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