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재롱잔치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어른들한테 잘 보이려고 애들 혹사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어린 것들을 왜 연습을 시키고 화장하고 옷 갈아입혀 무대에 세워 춤 추는 걸 보나.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재롱잔치를 하는 나이가 되어 연습을 시작한다 하였을 때도,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오죽 힘드실까 싶어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그저 수고하십니다 응원만 했다.
그런데 막상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아이의 변화를 보니 이게 순기능도 상당히 많았다. 율동을 다 외운 무렵부터는 저녁마다 가족들 앞에서, 화상 전화 앞에서 공연을 했다. 어설픈 와중에 춤 다운 동작들이 몇 개 섞이고 전체 구성을 아이가 따라가는 게 너무 신기해서 온 가족이 열광하며 칭찬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본인이 굉장히 잘한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자 이제 공연합니다~~ 모두 모이세요~~" 를 외치는 표정에서 자신만만하게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본인은 배운 적 없는 형님반의 율동을 노래 틀어달라고 하더니 구성을 잘 따라하며 추는 것을 보고 크게 깨달았다. 이 아이는 보여주기 위한 공연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나가 보여줄 수 있게 연습하는 과정을 즐거워하고, 보는 것도 즐거워하고, 본 것을 따라하는 것도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본인이 배운 율동 만이 아니라, 보기만 했을 형님반 율동을 외웠다는 것에 혹시 재능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헛된 즐거움도 잠시 가져보았더랬다. (...)
공연 당일. 늦은 시간 두 시간도 넘게 진행되는 동안 지칠만도 할텐데, 무대에서 잘 하고, 내려와서도 즐거움과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표정을 보며, 재롱잔치가 어른들을 위한 행사가 아닌, 아이들에게 예체능적인 경험을 하게 해 주고, 무대 경험을 쌓게 해 주면서 대중 앞에 서는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으로 공부한 것들은 시험보며 어떻게든 써먹으랴고 궁리하듯이, 어릴 적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의 흥을 사회적으로 발산하고 어우러지게 하는 좋은 측면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늘 잊지 말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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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보다 인기 있었던 장난감 칼 부케. ㅎㅎ 아들내미라 칼을 보는 순간 꽃은 쳐다도 안 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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