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간지럽다 해서 긁어주고 챙겨주고 하는 게 사실 늘 거뜬할 수는 없다. 물수건 해서 닦아주면서 재워주다가도 가끔 힘들면 "람아 니가 물수건 해와..." "엄마 무서워서 못 가겠어..." "그래 그럼 같이 가자..." 같은 개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몸이 피로하여 어떻게든 옷 위로 등을 긁어주어 재워주려다 포기하고 물수건을 만들어 와 아이 앞에 앉았다. 뜬금없는 말을 들었다.
"엄마가 나 안태어나줬으면 엄마가 안 힘들었을텐데..."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작은 부분이고, 네가 있어 하늘 만큼 땅 만큼 행복하다 장황히 설명했으나, "엄마 근데 인스턴트 괴물은 왜 있어?" 라는 질문으로 바로 바뀌어, 심각한 질문도 심각한 상황도 아니고 그냥 어휘가 늘고, 생각이 성장했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다.
호구아빠가 또 "졸려 피곤해 목욕안할래" 고집에 휘둘리고 있기에, 아이가 울건 말건 신랑만 챙겨 먼저 방에 데리고 들어와 재우고 아이를 찾으러 다시 나갔다. 할머니 옆에 누워 흐느끼는 걸 토닥여 안았더니 "엄마가 나 너무 슬퍼서 우는데 와서 안아줘서 정말 좋았어." 라는... 앞뒤좌우 다 까먹고 엄마 사랑해 모드로 다가오는 아이를 설득해 목욕시키고 재우며, 아까 우는 아이를 두고 아빠만 데리고 방에 들어간 이유를 설명했다.
"람이가 잘못하면 람이가 혼나고, 아빠가 잘못하면 아빠가 혼나, 아까는 람이가 잘못해 아빠 속이 상한거야. 그러자 마. 엄마도 잘못하면 엄마도 혼날거야."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역시 문맥 무시하고 "엄마는 혼나면 안돼! 엑스!" 하며 내 손이 뽀뽀를 퍼붓는다. 이런 저런 질문에 답해주고 있자니 "엄마는 정말 많이 안다!! 엄마는 똑똑박사!!" 하며 하트 뿅뽕하며 내 다리에 뽀뽀한다.
요즘 정말 이쁘다. 고집도 늘고 자존심도 세고 말썽쟁이가 되긴 했지만, 아이가 절대적으로 엄마를 따르고 있다는 걸 여러가지로 느끼게 된다. 그럴수록 버릇과 떼는 잘 휘어잡고, 애정과 뽀뽀는 무한대로 퍼부어주어야지.
신랑이 아이와 협상을 시도하다 졌는데-_-;;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아이와 협상할 때 쓰는 방법론 그대로 흡수해 아빠한테 써먹은 것이었다;;; 기특하면서도 웃기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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