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난리를 겪은 뒤에 내면을 관조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디까지 가면 부러질 지 알게 되어 조짐만 보여도 조심한다.
욕심과 걱정을 많이 덜어내고 유연한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살아온 버릇이 있는지라, 수시로 흠칫 흠칫 놀라게 된다.
거긴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진탕이야. 전환하자. 잘라낸다.
애쓴 만큼 편해지기는 했는데, 종종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열정적이다와 서투르다는 일맥 상통한다는 글을 썼던 게
세어보니 8년 전이라, 좁고 깊어지고 시간은 빠르구나 실감하다.
나쁘지 않다는 건 굉장히 좋다는 의미다.
기대치가 올라갔든, 현실이 시궁창이든, 절로 흐르지 못하는 시기에는
소소하게 감사하며 살아가며 견디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감사한 일 많다. 오늘도 순식간에 다섯개도 넘게 떠올랐다.
진부한 말이지만 하루 하루 쌓아가며 일 년이 되고 십 년이 되는거다.
기억은 노력으로 만들수도 고칠수도 지울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지금. 살아야 하니까 하루 하루 시 분 초. 평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