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년 전에 페이스북 탈퇴를 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너무 넓은 나의 시야를 좁히기 위해서였다. 발 밑, 코 앞만 보고 싶었던 시기에 나같은 활자중독녀에게는 지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올라오는 페이스북은 너무 많은 리소스를 빼앗는 독이었다. 두번째는 친구가 너무 많아져서였다. 폐쇄형 SNS이기 때문에 얼굴 사진도 올라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올리고 했었는데, 사진에 얼굴 인식을 해서 사람 태깅을 하게 하고, 친구의 친구에게 노출되다보니, 공개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 즈음 시작되던 인터넷의 잊혀질권리에 동감하며 계정 완전삭제를 했다.
그 뒤에 종종, 내가 SNS에서 실종되었다고 잘 사냐고 몇 번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인간관계는 여전히 좁고 깊고, 가볍고 넓었다. 퍼거슨 말마따나 SNS는 인생의 낭비다. 생각하며 오히려 주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만족했다.
회의를 하다 사람들이 왜 SNS를 이용하는가에 대한 빠져 한참 업무성 잡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결론이 뭔가 애매했는데, 최근 정리가 되었다. SNS 관련 일을 하게 되었기에, 경쟁사 동향을 체감하기 위해서, 다시 페북에 가입한 것이 계기이다. 일이년 만에 들어가 지인들의 글을 주욱 읽으니, 그들의 그간 삶의 다이제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살기 바빠 쉽게 만나지 못했던 이들이 순식간에 친근하게 다가왔다. 만나보고 싶어졌고, 메세지를 보내게 되었다. 그동안 어찌 살았는지 만나서 붙잡고 묻고 수다떨구 싶은 타이밍이라는 게 서로 동시에 통하기 쉽지 않은 연령대이기 때문에 짬을 내어 작은 화면으로 간단히 그간의 인생을 보고 듣게 되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더이상 근황 톡이라기보다 정보성 킬링타임용 컨텐츠 소셜 소비 패턴이 너무 많아 쉽게 질리는 느낌은 있었다. 그 안에 정말 사람이 쓴 글을 구분해 보고 싶은데, 그럼 피드 양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겠지. 실명으로 SNS를 하지 않는 탓에 친구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페북을 자꾸 실행시키게 되는 걸 보면 SNS 마력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블로그도 그러하다. 인생의 다이제스트. 오래 쓰다보니 너무 많은 기록이 들어가있고. 이젠 쉽게 옮기기도 어렵다. 이윤 추구 기업에 아카이빙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되는데... 이것도 좀 고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