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47개월 - 발에 뽀뽀, 마음대로, 꿈나라, 눈 밭의 강아지, 예쁜 엄마, 나

LEEHK 2015. 1. 20. 02:32

몇 주간 집에서 요양하는 관계로 아이를 어린이집 안 보내고 데리고 있는 날이 늘었다. 전보다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서로의 애정을 표현하는 빈도도 늘었다.

 

람이의 신체 중에 제일 좋아하는 부위는 발이다. 신생아 때, 땅을 딛어본 적 없는 보드라운 발바닥이 정말 신기했고, 아이가 크면, 엄마가 발바닥에 뽀뽀를 매일 해주었다는 사실에서,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연관시켜주지 않을까 상상도 하며, 보들보들 납작납작한 발바닥에 뽀뽀를 퍼부을 때 웃는 아이의 표정과 목소리도 좋다.

어디에 뽀뽀해줄까 물으니, 발이라고 대답하며

"엄마가 발에 뽀뽀해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

하는 아들이 정말 티없이 사랑 가득 자라나는 것 같아 참 좋았다.

 

목욕 후 보습 중에 몸을 마구 움직여 가만히 있으라 혼내면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ㅜㅜ"

라며 울먹이며 중얼거린다.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그 표현과 표정이 귀엽다.

 

"엄마 마리오는 왜 자동차야?" 질문에는 다시 질문하기 스킬을 쓴다.

"글쎄, 왜 자동차일까?"

"응! 자동차 옷을 입어서야!"

잠시 뒤 다시 묻는다.

"엄마 마리오는 왜 자동차 옷을 입었어?"

"글쎄, 꿈나라에 가서 마리오 만나서 물어볼까?"

"좋아! 같이 가자. 꿈나라의 미끄럼틀을 타고~~~"

하며 노래인지 주문인지 몇 마디 부르더니, 마리오가 되어 엄마가 자동차 옷을 사줘서 입은 거라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숨죽여 웃고 있느라 몇 마디 놓쳤는데

"화정아! 화정아!"

하길래 엄마 부르는 거냐 물으니 마리오가 불렀단다.

"화정아!" "응! 마리오!" 하며 대화를 하다 웃겼다. 주변에서 내 이름 부르는 걸 듣고 따라하다니.

그 다음에는 폴리도 내 이름을 부르고, 번개맨도 내 이름을 부르다. ㅎㅎ

꿈나라에서 나온 뒤, "엄마 마리오가 뭐래?" 라고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귀엽긴. ㅎㅎ

 

 

원에 안 보내고 며칠 끼고 있었더니,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었다. 집보다 장난감도 적은데 나눠서 놀아야 하고, 친구들도 자기 마음대로 안 움직이니 싫단다. 어린이집에서 모든 장난감을 다 자기가 혼자 가지고 놀고 싶다 하길래 나눠서 놀아야지 했더니, 집에서 하고싶은대고 하면서 지내고 싶단다. 대신 자기를 집에서 봐 줄 사람으로 엄마 아빠 부터 시작해서 양가의 모든 가족을 다 불러대길래, 다들 회사 가서 너 못 돌봐준다 가라 했더니 대성통곡 한다.

마음이 짠해져서 결국 가지 말라 하고 안아주니 울음을 그치는데, 진작에 공감해줄걸 어린 걸 설득하려 하다 애만 섧게 했나 싶어 마음이 짠했다. 상황 종료 후 갑자기 다시 울길래 왜 우냐 물었더니 "그냥 울고 싶어졌어." 라면서 바로 그치다. 흐느끼던 흐름 타고 더 울었나보다. 그러더니 혼자 몸을 일으켜 코를 팽 풀고 돌아온다. 조그만 게 언제 커서 엉엉 울고 혼자 코도 풀고 오나 신기하고 웃기고 귀여워서 짠한 마음이 없어지고 웃음만 남았다. 네 번이나 코를 풀고 오더니 이제 괜찮아졌다며 씨익 웃는다.

혹시나 찔러보는 마음으로 내일 어린이집 가~ 했더니 쿨하게 "응 갈게~" 한다. ㅎㅎ 대성통곡을 한 건 그저 엄마가 자기 말을 안 들어줘서 였던 것 같다. 앞으로는 일단 들어준 다음에 진정되면 다시 설득해봐야겠다.

어제 눈이 펑펑 와서 저녁에 데리고 나가니 폭신하게 쌓인 눈 위에 대자로 눕고, 뒹굴고, 소리지르며 기어다니고-_- 난리였다.

어이없고 귀여워서 강아지 같았다.

 

람이 팔 먹어야지~~ 하면서 장난치면 기겁하며 도망가다가 말한다.

"예쁜 엄마로 변해랏!"

그러면 장난 그만두고 이제 예쁜 엄마야~ 하고 안아준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애기는 누구지?"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 쿨하게 대답한다.

"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은 누구지?"

당연하게 대답한다.

"나~"

조금 삐졌다가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보물~" 하고 부르면

행복한 얼굴로 다가와 뽀뽀해달라고 입을 내민다.

서 있으면 다가와 엄마 손을 잡고 뽀뽀한다.

비건 베이킹을 시작한 뒤로, 밀가루와 당분 섭취가 너무 많아진 것 같아 조금 걱정이고, 특히 초코쿠키는 입 안에 달라붙어 꼭 먹고 나서 치카 하자고 약속하면, 다 먹고 나서 혼자 치카치카 하고 온다.

 

사랑 많은 우리 애기,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소심하고 겁 많고, 애교 많고 정말 예쁘다.

사진 찍어놓고 감탄한다. 어쩜 이리 이쁘게 생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