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주 전 주말, 일산 가는 차 안에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응?? 지금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한거야? 람아~ 태어나서 좋아?"
웃으며 물으니 아이도 웃으며 대답한다.
"응~ 태어나서 좋아~"
2.
우리 집에는 자동 문답 같은 게 있다
- 엄마는 누구?
- 예쁜 공주님~
- 엄마가 세상에서?
- 제일 예뻐~
- 람이는 우리집?
- 보물~
- 람이는 엄마의?
- 보물~
마무리는 뽀뽀 쪽!
3.
무덥지만, 바람 불면 선선한 오후, 아이와 놀이터에 나갔다. 6살 누나와 뛰고 미끄럼틀 타며 신나게 놀던 도중, 그 누나가 엄마에게 다녀오더니 양손에 뭘 가득 담아 아이에게 내민다. 아무래도 먹을 것 같은데 어쩌려나 지켜봤다. 미끄럼틀 중간에서 아이가 손을 흔들며 말한다.
"누나~ 나 계란 못 먹어서 그거 못 먹어~"
동생이 귀여워 잘 해주고 싶었던 누나야가 풀죽어 자기 엄마에게 돌아가기에 따라가서 말해주었다.
"저희 애가 우유 달걀 알러지가 있어서요. ^^;; 감사합니다. 람아~ 누나한테 챙겨줘서 고마워~ 하자. "
어느새 내 다리 옆에 따라 붙은 아이가 한 걸음 성큼 다가가 까치발 딛고, 본인보다 키 큰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누나 고마워~"
혹시나 먹을 수 있는건가 슬쩍 보니, 무려 밀크카랴멜이었다. 얼마 전에는 놀이터 친구들이 요구르트를 하나씩 받아 마시고 있는데, 아이는 할머니 옆에 가만히 서 있더란다. 먹고싶어하지도, 달라고 하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더란다.
남이 주는 건 무조건 못 먹는다고 답하고, 본인이 먹어도 되는 건 어른이 챙겨주는 걸로 안다. 이제는 스스로를 어느정도 방어하게 된 아이가 기특하고 멋지면서도, 조금 안쓰럽고, 그러면서도 고마웠다.
어디를 가든, 아이의 간식과 쥬스는 꼭 필수품이다. 남들 먹을 때 "람이는 람이 것 먹자~" 하며 꺼내주는 것이 다 맛있고 달달해서, 아이도 큰 욕심 안 부리며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끊이지 않게 조달하여, 아이가 풍요 속의 쿨함을 유지하도록 해줄테다!
"우린 대신 이거 먹자~"
하며 소분 포장된 유기농 건포도 가져간 것 꺼내 주었더니, 그 누나와 그 누나 엄마에게까지 골고루 나누어주며 먹는다. 달달한 건포도를 한 알씩 받아먹으며, 그래, 이 아이는 더 비싸고 좋은 식자재를 충분히 맛있게 먹고 있지~ 슈퍼에서 산 과자들보다 첨가물도 적고, 대부분 좋은 재료들을 쓰는 것들이기에- 우리 아이는 더 건강할거야~ 하며 위안했다.
4.
식사 후, 혹은 간식으로 조금이라도 단 걸 먹으면 바로 치카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아이는 잘 따라온다. 제법 어금니, 앞니, 혀까지 구석구석 잘 닦고, 오로록 양치하고 다시 뱉는 것도 제법 잘 한다. 들여다보면 치아도 건강하다. :)
"람아~ 케이크 먹었으니까 치카하고 와~" 하면
혼자 세면대 앞에 발판 가져다 놓고 올라가 칫솔을 물로 헹군 뒤, 치약을 짜서 혼자 잘 닦고, 양치컵에 물 담아 오로록 잘 행군 뒤, 손을 비누로 구석구석 잘 닦은 뒤, 앙 다문 이를 보여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가와 안긴다. 어른이 정리 같은 건 조금 도와주고, 가끔 어리광으로 같이 가자고 하지만~ 이제는 정말 편해졌다. 혼자 쉬야하기, 혼자 응가하기(물론 닦아주기는 해야 한다), 혼자 손 닦기, 혼자 이 닦기, 이런저런 잔심부름 가능, 각종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ㅎㅎ
5.
밤에 쉬야를 거의 안 한다. 밤기저귀가 젖는 횟수가 열 번에 한 번 꼴이 못 된다. 아침에 쉬야하는 양이 늘었다. 여름이라 덥기도 하고 아이의 몸도 준비가 된 것 같아 오늘부터 밤에 기저귀 안 해볼까? 했더니 좋다고 하여 그냥 재웠다. 그리고 새벽 두 시 반쯤, 손에 닿은 축축한 느낌에 깼다. 방수요 위에 재워서 다행이다;; 몸이 천근만근이기도 하고, 바지가 살짝 젖은 정도에 아이도 세상 모르고 자서 그냥 재울까 하는 유혹에 잠시 흔들렸다가, 그래도 우리 아들 예민한 피부와 혹시 모를 감기 걱정에 몸을 일으켰다. 가재수건에 물 적셔 닦아주고 보습해주고 갈아입혔다. 시원하고 기분 좋은지 팔다리 쭉쭉 펴면서도 깊이 꿀잠자는 아이의 발바닥에 뽀뽀하며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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