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온 몸에 힘이 빠지며 감상에 젖을 때가 있다.
방에 혼자 누워 노래를 듣고 싶었다.
다섯 곡만 듣고 나오겠다 말하고 음악을 틀었다.
한 소절이 끝나기 전에 방문이 열리고 아이가 들어왔다.
"엄마 왜 혼자 있어?"
"누워있고 싶어서."
"엄마가 누워있고 싶어해서 람이도 누워있고 싶어졌어~"
"그랬어?"
"람이가 엄마 따라갔어~"
부드럽고 조그맣고 따끈한 아이가 와 닿는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이불 세 개를 덮어준다.
계속 노래를 자작곡으로 부르는 게 참 시끄럽다.
본인의 베개를 가져와 옆에 딱 붙어 눕는다.
애기 흉내 내며 얼굴을 비비며 눈 마주쳐온다.
이 집에서는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마음을 다듬고 깊이 생각할 여력이 없다.
괜찮다. 나쁘지 않다.
아이는 요즘 과수원길을 부른다.
"엄마 예쁜 노래지?"
유독 지쳐있던 며칠 전, 다가와 뽀뽀해주며 말했다.
"엄마는 내 보물이야."
사랑이 많다.
"람이도 결혼하고 싶어~"
"누구랑?"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삼촌이랑~ 고모랑~ 큰빠랑~ 일산 할머니랑~ 일산 할아버지랑~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정치적이다.
차창 밖에 하교하는 초딩 형아들을 보더니, 같이 놀겠다고, 놀이터 가고 싶다고 울부짖길래 물어봤다.
"람아 엄마가 좋아 형아가 좋아?"
"음~ 집에서는 엄마가 좋고, 밖에서는 형아가 좋아~"
교육도 잘 받았다.
"엄마는 누구지?"
"예쁜 공주님~"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아이는 시끄럽고 고집도 세다.
징징거리며 자꾸 뭘 하라고 들볶는다.
혼자 뭘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달라붙어 앵긴다.
잘 울부짖고, 작은 일에 걀걀걀 웃고, 소란스럽다.
아이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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