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39개월 - 첫 아이스크림, 자장면, 돈까스, 씨리얼.

LEEHK 2014. 6. 8. 02:15

작년에 과즙을 얼려서 갈아주었더니, 그 더운 날에도 차가운 거 싫다고 거부하던 아이가, 며칠 아이스크림 노래를 불렀다. 티비 프로그램에서 아이스크림 만드는 내용이 나오고, 광고에서 아이스크림 장난감이 나와서 그런듯 하다. 사실 몇 달 전 러빙헛에서 소딜리셔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사서 두어번 먹였었는데... 맛있게 먹어놓고, 아이 기억 속에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인식이 없었나보다.

 

한살림 어린이주스를 냉동실에 얼렸다가 실온에 꺼내두면 살얼음 아삭아삭한 샤베트처럼 되는데 그걸 아이스크림이라 주었더니 이거 주스 아니냐면서도 신나게 먹었다.

 

그리고 오늘 일산 가족들과 나들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빨라조 매장이 있길래 우유 없는 샤베트 류인 딸기, 파인애플, 복분자를 컵으로 사다 스푼으로 떠 먹게 해 주었더니 집중해서 흡입하셨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거 람이 첫 아이스크림이니까 다음에 또 먹어여돼~"

 

지금까지 먹어온 아이스크림 류는 깡그리 잊고, 컵에 스푼으로 따먹는 걸 첫 아이스크림이라는 우리 아이, 찜해두었던 폴라포 만드는 실리콘 틀을 사서 얼러두어야겠다. 그리고 다음에 아이스박스 들고 러빙헛 가서 쏘딜리셔스 아이스크림 뭉텅이로 사다 쟁여놓아야겠다.

 

 

이럴 때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살림이랑, 러빙헛이랑, 브로테나인이랑, 빨라조 같은 가게들이 집 근처에 있어 매일 쉽게 사먹을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갈 때마다 대량으로 사서 쟁여놓는다.

 

 

크로아티아 간 사이, 람이는 생애 첫 자장면과 돈까스를 먹었다. 아빠 표 수제 자장면, 수제 돈까스다. 자장면은 람이가 가능한 카라멜색소, 우유, 달걀 없는 춘장을 사서 직접 소스 만들고 면 삶아 얹어 주셨다. 돈까스는 기존 콩까스 말고 정말 돈까스로, 러빙헛 우유 달걀 프리 빵가루에 돼지고기 돈까스용을 사다 직접 만들어 튀겨주셨다. 람이는 완전 흡입했고, 그 기록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어린이집 간식으로 종종 '씨리얼+우유' 가 나오기에 우유 성분 없는 씨리얼을 찾아보고 있었다. 대부분은 우유를 이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문구가 써있어 그냥 어른이 먹었다. 그러던 중, 스위스제 유기농 씨리얼 하나를 러빙헛에서 구입했는데 성분 중 하나에 'sunflower lecithin' 이 있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레시틴은 난황에도, 대두에도, 해바라기씨에도 있는 성분인데, 아이는 달걀 알러지이지만, 콩은 문제없이 먹고 견과류는 제한 중이다. 고민 끝에 콩을 잘 먹으니, 일단은 먹여보자! 하면서 조금 덜어 두유에 타줬다. 시원하고 바삭바삭한 식감이 좋은지 아이가 말했다. "깜짝 놀라는 맛이야!" 더 먹고 싶다는 것 장난감으로 신경을 분신시켜 정리하며, 이제 씨리얼의 대체 간식으로 씨리얼을 보낼 수 있구나 하면서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

 

 

 

 

남들과 다르지만 남들이 먹는 걸 비슷하게 먹으며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 가족의 마음. 고이 모아 람이의 복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채식 끼니거리 외에도, 식자재, 간식,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을 연구하고 만들어주시는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