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불을 끄고 셋이 나란히 누웠다.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엄마 어깨를 토닥이는 아빠 팔을 매몰차게 밀어내며 아빠한테 "더 멀리 가~" 라고 하다.
퇴근 후 레고로 거북선을 만들어주며 열심히 놀아주었던 람이 아빠가 무척 서운해해서 람이에게 말했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했는데 어떡하지?"
"람이도 결혼 하고 싶어~"
"누구랑?"
"음~ 고모랑~"
엄마랑 결혼하겠다고 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바로 상대를 바꾸는 쿨함. 우리 아들은 집착 없고 구김살 없는 쿨람이다. 주말에 고모와 실컷 놀고 와서 그런지 바로 고모라고 대답하는 것도 기특하고 귀여웠다. 아이는 본인을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잘 알아챈다. 그리고 본인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잘 알아서 소수의 보육자에 집착하지 않는다. 널리 관심을 주고, 애정의 대상이 수시로 바뀐다. ㅎㅎ
"결혼하면 뭐할거야?"
"선물 줄거야~"
하며 배시시 웃다.
"선물은 뭐 줄거야?"
"오징어~"
한참 웃었다. 엄마 아빠가 웃으니 같이 소리내어 웃다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억지로 우기면 정말 미안해~ 신라 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 땅~"
요즘 빠져있는, 가사가 조금 바뀐;; 독도는 우리 땅 몇 절이다. 아이 발음으로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하는 부분이 요즘 하는 노래 중에 제일 귀엽고 웃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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