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원피스에 헐렁한 티셔츠를 걸쳐 입고, 스카프를 두르고 두꺼운 배낭을 매고, 전화줄 고무줄로 대충 머리 묶고, 선그라스 끼고, 동양인 찾기 어려운 거리에서 집시처럼 떠돌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을 따라 도시 중심부를 훑어 오르내리며 다섯 시간 정도를 걷다.
시분초를 쫓기듯이 쪼개 쓰며, 정해진 할 일 목록을 숨기쁘게 간신히 비워내자마자 다음 날 해야 할 목록을 다시 채워놓던 습관이 온 몸에 베어있다가, 이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너무나 오랫만이라, 수시로 중얼거리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잉여로울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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