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심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누워있었다. 아이가 이불을 하나 끌어와 팔을 덮어주었다. 또 다른 이불을 끌어와 뱅그르 돌아가 다른 쪽 팔을 덮어준다. 또 이불을 끌어와 배를 덮어주고 나서 말한다.
"엄마~ 추우니까 이불 덮어야돼~ 문을 열면 찬~ 바람이 들어와서 안돼~ 내가 이불 덮어줄게~ 움직이지 마~"
또 이불을 끌어와 한 쪽 다리를 덮어준다. 더이상 방 안에 이불이 남아있지 않자, 거실로 나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담요를 하나 더 질질 끌고과 다른 쪽 다리를 덮어준다.
"이제 됐다~ 아아~ 움직이지마~ 추우니까~ 이불 덮고 있어야지~"
이불 하나를 넓게 펴서 덮어주기에는 손과 팔이 정교하지 않은 나이, 오물오물 아이 발음으로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문이 열리면 춥다로 시작한 이야기가 점점 발전해가다 웃으며 뒤로 물러나 점프하며 마무리된다.
"저 밖에 산에는 악어도 있고 뱀도 있고 사자도 있고 사슴벌레도 있으니 무섭지. 그니까 움직이지마~"
괴성을 지르며 로보트 흉내를 내다가 멋진 형님이라며 포즈를 취했다가 엄마 몸 위에 풀썩 엎어졌다가 뽀뽀해줬다가 하며 주변을 맴돈다. 이불 대여섯장에 파묻혀 멍하니 생각했다. 움직이지 않는 엄마 주변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아이는 좋아하는구나. 기분이 좋다.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지만, 깊은 유대 속에서 사랑을 쏟아주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겠구나.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이런저런 다짐을 중얼거리자 신랑이 웃으며 말한다.
"불가능해. 당신 오지랖은 종특이야."
나를 십 년이나 알고 지낸 저 분이 안된다는 건, 정말 안되는거다. 불가능하단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꽉 누르며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고 해도 뜨기 전에 잠에서 깨어나 어둑어둑한 길을 달려 출근하는 내내 어제의 그 단어가 다시 생각났다.
종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