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더 받고 있다는 착각.

LEEHK 2013. 7. 13. 23:23

내가 인생에서 가지는 몇 가지 기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생은 give & take' 라는 것이다.

 

 

어디서든, 어느 관계에서든, 상대가 인간이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책을 하나 읽더라도, 최소한 투자한 만큼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꼭 달콤한 피드백일 필요는 없다. 시행착오나 실패에서 얻는 쓰디쓴 교훈이어도 관계없다.

 

 

그렇다고 해서 뭐든 받을 생각부터 하고 시도하는 않는다. 초기 투자 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이 '초기' 가 상당히 길다.

대상이 나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은 직관적인 판단이다. 그리고 실망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마음을 붓는다. 애매할 때는 수차례 실망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먼저 팔을 벌림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다소 불편해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으로 리소스가 부족하고 인내심의 역치값이 내려감에 따라 지치고 피곤함이 심해질 때는, 작은 비중들은 바로 놓아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장기간 신경쓰고 애정을 부었던 일들도 그만두고 싶어진다. 내가 선구자도 아니고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욱하고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언제 솟을 지 모으는 샘을 파는 일은 냉정한 판단력보다는 몽상과 낙관이 필요하다. 우물을 끌어다 붓는 일을 하려면 종종 착각에 빠져 있을 필요가 있다. 작은 보답을 크게 느낀다.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자발적인 오해를 원동력으로,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상대가 무생물이라면, 결국 어떻게든 좋은 결과가 나온다. 효율과 ROI는 낮을 지 몰라도, 꾸준하기만 하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상대가 사람이라면, 상대에게도 같은 착각을 갖게할 수 있다. '먼저 손 내밀고 잘 해주는 사람'이라는 착각은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본디 성질머리가 못돼먹어서,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인 상식이나 'give and take'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서면 가차없이 기대와 관심을 거두어들인다. 세상에 빛이 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코드가 맞지 않는 이에게 쏟을 리소스 따위 없다. 하지만 상대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주고 받음을 할 줄 아는 이라면, 더욱 잘 해주고 더욱 깊은 우정을 나누고, 서로의 삶이 행복해진다.

 

 

나는 계속 더 받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싶고, 상대 또한 더 받고 있다는 착각을 하도록 하게 하고 싶다. 이것은 합이 맞다, 쿵짝이 맞다, 선순환, 사랑과 관심, 우정, 행운이라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잘 좀 하자. 난 아직 그대에게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기대를 남겨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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