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의미가 있는 일.

LEEHK 2013. 7. 4. 01:23

4년쯤 전에 안철수 아저씨의 특강을 매우 인상 깊게 들었다. 그 중 아직도 종종 되뇌이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할 때 예시로 드는 것은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이냐이다. 기업가 정신 이야기 하며 언급하신 것으로 아마 대부분의 강의에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무엇을 할 지를 결정할 때는 다음 세 가지를 고민하라 하셨다.

 

- 잘 할 수 있는 일

- 의미가 있는 일

- 하고 싶은 일

 

세 가지가 일치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대부분 그러하지 못하다며- 그것들이 충돌한다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셨다. 자세한 내용과, 이를 응용한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은 생략하고, 내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보자.

 

 

 

 

상반기에- 하반기에는 서비스 일선에서 살짝 물러나, 연구개발적인 업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막연하게 텍스트 마이닝을 하겠다고 아주 큰 맥락만 장님들과 공유 했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 일 끝나면 하고 싶다고 벼르던 업무를, 믿을만한 다른 동료를 끌어들여 하게 했으니- 난 하반기에 뭘 하나 고민을 몇 주 정도 했다. 그리고 며칠 전 동료와 대화 중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급히 메모장에 적었다.

 

 

그 동안은 '(그럭저럭)잘 할 수 있는 일'과 '(잘 한다 말을 들으니)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다. 이제는 거기에 '의미가 있는 일'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짧은 희열을 느꼈다. 이윤기업 측면에서 수지타산이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내가 이용자이자 컨텐츠 생산자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분야- 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강렬한 의욕에 설레었다. 이런 게 있는데 어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겠나.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헛소문이 이직할 기업명까지 덧붙여서 일부에 퍼졌었다. ㅎㅎ)

 

 

 

교육이나 발표를 자주 하고, 자기소개를 앞에 넣다보니, 청중 중에 이미 본 걸 또 봐야 하는 분들이 계셔서 자기 소개 포맷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그 중 가장 짧고 간단하게 쓴 것이 '10' 이라는 숫자다. 일 한 지 10년이 되었다는 의미이자- 본인의 일에 이대로는 죽을 것 같다는 극도의 거부감만 없다면- 꾹 참고 10년 만 지나면 그럭저럭 전문가로 불릴 수 있고-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라는 의미의 자기소개 페이지다.

 

 

 

전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일, 당장 급하다고 하는 일, 회사의 큰 흐름에서 진행하는 일, 부서의 주요 업무를 주로 맡았다. 한국 교육의 특징인 자율성이 부족한 학생으로 자라 온 이에게 갑자기 뭘 하고 싶냐 물어보면 대부분 당황하고, 나도 그러했다. 그러나 이제- 강산이 한 번 바뀔 세월 동안 해 본 일들이 많다보니, "뭘 해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안 해 본 분야 중에 어떤 것이 도전해 볼 만큼 매력적인지 골라낼 수 있다. 거기에 공익적인 의미를 녹여내고, 개인적인 욕구까지 충족시킬 수 있다.

 

 

 

오늘은 평가 면담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견을 다시 공유했다. 하반기가 어려우면 내년이라도 진행할 수 있게, 더 구체화 해 보기로 했다. 모든 이의 이상향인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의미가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꾸준히 일을 하고 있었던 나날들이 정말 보람차다. 칭찬한다 이화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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