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그릇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군가의 언행에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가 듣던대로 그릇이 그것 밖에 안되는 위인이라 그따위라고 매도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그 불쾌함을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도 느꼈다면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안도는 찰나일 뿐, 오히려 불쾌했던 마음이 더욱 가중되며, 그이의 그릇을 넓혀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된다. 총대 매는 성격이 아직 남아있다는 증거이리라.
오지랖을 남겨두려면, 좋은 방향으로만 남겨두어야 한다. 타인의 부정적인 면을 지적해주어봤자 원망만 산다는 것은 강산이 바뀌기 전에 얻은 깨달음이다. 모자란 것은 모자라게 살아가고, 그러려니 하고 두어야 한다. 그가 내 가족이라 하더라도 쉬이 충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본다. 나의 그릇은. 나의 그릇 역시 이따위로 겨우 그런 부분에 불쾌함을 느끼고, 순간의 기억을 종종 되세기고 있는 것이리라. 한 발자국 내 딛고, 멈추고, 돌아서는 것이, 이제는 쉽지 않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좋아지는 것과 귀찮아지는 것의 무게를 생생히 느끼며 가만히 서 있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태산과 같아야 한다. 조용하고 진중하되, 모든 걸음 걸음이 의미를 가져야 한다. 철부지 어린 것들은 그들의 튀어오르는 에너지로 존중하고.
내 그릇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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