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2013년 1월이 가다.

LEEHK 2013. 2. 3. 00:56

작년이 언제 갔는가 싶은데 벌써 한 해의 1/12이 지나갔다. 나이에 비례해서 체감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다. 게다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더욱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 주간업무보고 네 번 하면 업무시간 한 달이 가고, 주말 네 번 지나면 가족과 함께하는 한 달이 지나간다.

 

회사 생활은 만족스럽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항상 하고 있지만, 어쨌든 내게 포기 못할 기회비용이 많이 남아 있다. 가장 첫 번째는 일이 재미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업무 중 공부하고 싶은 주제와 공부할 수 있는 시간,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동료와 상사가 무척!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자존심과도 연계가 되는 연봉 문제에 대한 고민은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올해 욕심나는 계획을 다 수행하기에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기력,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한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나는 원래 사람 욕심이 많고 애정도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내가 정에 휩쓸려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너무 심하게 휘몰아쳐 사람에 대한 가중치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가중치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주위 분들 덕분에 회사 생활이 정말 즐겁다. 함께 공부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공적으로도 도움 되는 사람들이 사적으로도 마음이 맞으니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근무지가 같은 분들이 최근 해주신 말들이 더욱 보람차고 기분 좋다. "요즘 즐거워- 회사 다니길 잘 했어." 라는 그녀의 말과 "회사 들어와 했던 일 중에 지금이 제일 재미있어요." 라던 그의 말은 정점이었다. 시니어라는 포지션에서 함께 하는 이들을 돕는 보람은 쾌감이다. 선을 지키며 지속적으로 함께 있다는 상황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뚝뚝한 그가 "혹시 지난 번에 마음 좋지 않았던 것 지금도 그러는지." 살펴 신경써 주신 것도, "님이 있어 정말 좋다." 고 말해주는 이의 진심도 정말 행복하다.

 

 

가정의 이야기로 다시 상황을 돌리자면, 신랑은 짠하고 아들은 이쁘다. 신랑은 올해 진급했는데, 격무에 시달리며 부족한 수면시간과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한 달째 앓고 있다. 과장님의 페부를 찢는 기침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도 찢어진다고 신랑의 직장 후배가 말했단다. 그 정도로 심하게 기침하느라 갈비뼈 부근 근육에 담이 와서 팔도 제대로 못 든다. 하지만 본성이 주변을 배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게으름 피우거나 나몰라라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며 버티고 있어 몇 번 화냈더니 "왜 나 쥐잡듯이 잡어. ㅜㅜ" 라고 울상을 지어 이제 뭐라고 말도 못 하겠다. ㅜㅜㅜㅜ 다행히 정밀 검사 결과 큰 탈은 없고, 많이 좋아지는 듯 하여 큰 걱정은 덜었다. 그러나 워낙 잔병치례가 많은 사람이라 방심할 수는 없다. 보약이라도 지어 맥여야하나. 잘 간수해서 평생 데리고 살아야하는데 걱정이 많다.

아들은 요새 이뻐 죽겠다. 애교도 늘고 떼도 늘고 능청도 늘고 연기도 늘었다. 얼굴도 이쁜 게 웃는 건 더 이쁘다. 가장 시끄럽게 우는 건 배고플 때인데, 먹을 거 주면 바로 소리내어 에헤헤헤 웃는 게 정말 웃기고 귀엽다. 슬슬 엄마 아빠 회사 가는 게 싫다는 의사 표현도 한다. 항상 자기 옆에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지- 그래도 아침에는 잘 떨어진다. 때로는 평일 아침엔 헤어지는 게 익숙해서 체념하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안 좋기도 하다. 이제 좀 사람 대 사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져서 양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곧 두 돌인데- 벌써 세 살인데- 간혹 정말 내가 아이가 있는건가? 싶은 생경한 느낌이 들곤 한다. 아이와 웃고 안고 뒹굴면서도 깜짝 깜짝 놀란다. 아. 나 정말 아들이 있는 엄마구나- 하면서. 복직 후 체감하는 아이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니까.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아이도 금방 변해가니까. 순간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때로는 낯설고, 정말 행복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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