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2012년 가장 큰 목표는 아이를 키우며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다. 정확히는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자신만만하고 뭐든 할 수 있었던 자존감을 찾고 싶었다.
1월부터 4월까지는 항상 옆에 있던 엄마가 출근한 뒤 람이가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적응하고 조율했다. 5월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회사생활과 가정 생활에 균형을 잡기 위해 조심스럽게 많은 것들을 시도하며 노력했다. 자칫 쌓인 스트레스로 가정 내의 불필요한 감정 싸움이 될까 우려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하려 노력했다. 애기 엄마라 회사일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업무 시간에 열중하며, 기존 역량이 여전함과,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까지 커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평가해보건데, 대부분 성공했다. :) 역시 내 삶에서 태클은 람이 아토피 뿐인가 -_-;;;;;;; 싶긴 하지만... 좋은 인연과 행운의 도움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람이를 밝고 바르고 절제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주신 친정 어머니 아버지, 항상 미안하고 고맙고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동생, 람이 어린이집 선생님들, 항상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주버님, 이제는 친언니인지 시누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 언니에게 진심으로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15개월이나 공백이 있었어도, 회사 생활 적응하도록 도와준 제일 가까운 친구인 동료 몇 몇, 할 일을 쌓아놓고 기다린 카운터파트 분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현재 보스, 회사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첫 번째 이유였던 이전 보스, 다른 회사로 가도 계속 얼굴을 볼 수 있는 이전 동료들, 덕분에 복직 후 내내 출근하는 아침이 즐거웠다. 매일 매일 달콤한 초콜릿 같았다.
아이를 키우며 숨막히는 시간을 보낼 때, 군대 면회오듯이 면회 와 준 사랑하는 내 친구들, 복직한 뒤에도 혼란스러울 때마다 찾아와서 도움을 주는 내 친구, 정말 고마워요.
13개월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해, 매일 아침 엄마와 달게 헤어지고, 어린이집 생활 잘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저녁에 엄마를 보면 "엄마??" 하면서 달려와 포옥 안기는 이쁜 내 아들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며, 감정의 기복이 널뛰기하듯이 심한 나란 여자-_-를 맞아, 기둥이 되어주고 중심을 잡아주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신랑에게도 감사합니다.
인생에 커다란 전환기가 몇 번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 한 해는 그 어떤 시기보다 가장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시기이다. 아이를 낳고, 워킹맘이 되어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적응 잘 했고, 즐거웠다. 하지만 내면의 어딘가가 변했다.
신랑과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이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귀양 혹은 감금이라는 단어로 내 상태를 표현할 정도로 평일과 주말의 낮과 밤의 구분 없이 아이에만 몰두하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복직을 한 뒤에는 평일과 주말이, 낮과 밤이 분명히 구분된다. 휴일을 보내는 패턴이 너무나 바뀌었다. 회사에서는 집 생각을 집에서는 회사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생활과 마음의 분리를 통해 삶의 안정을 찾았다.
회사 생활, 낮 생활은 22살 때부터 해오던 것이라 마치 숨쉬는 것처럼 익숙한데, 아이를 낳고 나서의 느낌은 다르다. 현재에 충실함을 느끼는 것을 전에는 충만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말초적인 것, 순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즐겁지만,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이 무척 심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걀걀걀 웃음소리를 들으며, 아이를 꼭 껴안고 뒹구는 이불 위에서 뿐이다. 형언할 수 없이 예쁘고 귀여운 아이의 웃는 얼굴과 엄마를 사랑하는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볼 때 뿐이다.
항상 미래를 준비하며 살았다. 남들 쉴 때, 놀 때,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긴 휴식 한 번 취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해왔다. 속해있는 사회에 몰입하고 몰입하며 살았다. 그러다 축복 속에 임신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사회적으로 죽어있던 그 기간을 지나, 커리어에서 1년을 지우며, 나와 회사를 분리하는 법을 배웠고, 친구와 가족을 구분하게 되었다. 람이의 십대에 어떤 엄마가 되어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인생의 화두처럼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다. 웃고 있는 내가 있고, 그 모습을 위에서 관조하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다.
욕심을 많이 버렸고, 중요한 몇 가지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머지 것들은 그때그때 마음 가는데로 오히려 즉흥적으로 살아간다. 좋아하는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게 되었고, 싫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이전만큼 꺼리지 않는다. 뿌리와 가지를 분명히 구분하게 된 이후로 오히려 쉽게 쉽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중심에 집중해야 할 시간과, 변두리에서 헬렐레 놀아도 될 시간을 정량적으로 선을 그어 소비한다. 그래야만 직장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내년에는 또 다른 도전을 하려고 한다.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가족 내에서도 한두가지씩의 목표를 세웠다. 모두 다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실행하는 삶을 살아낼테다. 함께해서 즐거웠던 동료, 의지가 되는 친구, 자랑스러운 가족, 람이에게 최고의 엄마, 아름다운 아내, 행복한 나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테다.
'나 > 상념의 문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1월이 가다. (0) | 2013.02.03 |
---|---|
연봉 협상을 하고. (0) | 2013.01.21 |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 (0) | 2012.12.20 |
회사 생활을 하는 마음가짐. (0) | 2012.12.12 |
배 부른 고민. (0) | 2012.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