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고민하던 주제가 얼마 전 하나의 계기로 다시 발화되어 내 안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이들의 조언을 얻고자 비공개 네트워크에 끄적임을 남겼고, 그에 친구가 길고 긴 문장으로 반응해주었다.
10대 때부터 삶을 대하는 성향과 내면이 비슷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며 나보다 더 나를 이해해주었던 펭귄양은, 20대 이후로 행동하는 것이나 삶의 방식, 직업, 자유도 모두 나와 너무너무 다르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가치관은 같음을 증명함으로써 내 마음에 커다란 위안을 주었다.
기록하고 싶어 이 곳에 옮긴다.
정치 공약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문장에서의 어감만 보았을 때-
사람이 먼저인 세상, 사람이 먼저인 회사.
회사생활 기준 제일 첫 번째가 '사람' 이라면... 아직 너무 철이 없는건가. 아직 너무 어리고 대학생활 놀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건가. (와 인제 애엄마인데;;;)
내가 요즘 하는 고민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 네다섯명에게 질문했을 때 같은 답을 들었다. 뭘 챙겨준다고 그래. 걔들은 너 없이도 잘 살아. 음... 돌고 돌아요~ 가치관의 혼란이 온다~~ 나 너무 따뜻한데서 안온하게만 살았나봐.. ㅠㅠ
But I got the power when I can support somebody who I really like.
아니야 사람이 우선이야. 당연하잖아, 집단 사회인데.
내 일과 나의 성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건 완전 단타지. 심지어 독자적으로 일하는 나도 느껴.
사실 독자적으로 일하니까 더 잘 보여.
기업이니까 무조건 기업이윤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중요한 가치가 결핍된 뒤틀린 자본주의 특유의 일차원적 기업윤리인 거고, 사실 기업의 이윤을 창출해 내는 생산 구조란 매우 입체적이란 거잖아.
그 입체구조를 떠받치는 기본은 곧 회사의 구성원, 결국 인간이고. 다들 너무 잊고 살지만.
그니까 그냥 사람이 좋으면 그 회사는 건강한 회사야.
너 같은 인물이 많을 수록 그 회사는 견고해지지.
회사가 견고해질 수록 그 안에서 일하는 너도 튼튼한 안전망 아래 있게 될 거고.
뭘 챙겨준다고 그래 걔들은 너 없이도 잘 살아 라고 하는 말은 일면 사실이지만 이면 사실이 아니기도 해.
니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상대를 챙긴 그 순간 삐그덕 거릴 수 있었던 상황의 순간적인 윤활유가 돼주는 거고, 그로 인해 있을 수도 있었던 회사의 리스크가 감소하지(그 결과는 피부로 느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명백히 존재하는 사실이야) 그리고 그 순간을 넘기고 나면 니가 챙긴 그 사람들 중 일부는 그런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너를 통해 학습해.
여기서 핵심은 아예 학습의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었던 걸 너를 매개로 그 학습의 기회를 일단 제공받았다는 거지.
그걸 풀어먹고 말고는 말 그대로 인격에 달렸어.
근데 사실 여기까지 완벽하길 바라는 건 인간의 다양성을 간과한 너의 개인적인 욕심인 거고,
뭣보다 상대한테 그런 걸 할 때 늘 돌려받겠어! 이런 마인드로 하는 거 아니잖아.
비단 기업의 경우만이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
니가 들은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마음 써준 일이 있는데 그 당사자가 그리 친분이 없는 사이라 여기거나 혹은 경쟁자라거나 아예 인식 밖의 존재라 잊어버리고 잘 살았던 경험이 있었을 거라 본다.
그 반대로 본인이 해주고도 당했을 경우도 포함 되고. 사람일이 반드시 일대일로 맞대응 하는 건 아니니까.
결론은 이건 니가 아직까지 철이 덜 들고 말고 학생 기분에 젖어있고 말고의 문제가 전혀 아니라는 것.
비유나 표현 자체가 완전 생뚱맞은 언어도단이란 것.
난 오히려 람이의 존재와 거의 동일한 속성의 그런 빛나는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고 남들 다 그러니 나도 그럴래 이러면서 물러서는 태도야 말로 진정 퇴보라 본다.
니가 나이 서른이 넘은 아직까지도 건강한 가치를 잘 지켜내 오고 있으니 그건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해.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런 가치관을 지키려 필사적어야지.
만약 니가 여태 그런 가치를 무너뜨리게 만드는 심각한 도전을 받은 적이 없어서 비교적 지키기 쉬웠고(다행히도) 지금 그런 도전이 시작된 거라면 넌 정말 열심히 용감하게 두 발로 지탱해 설 수 있어야 할 거야.
진짜 중요한 가치를 알고 지키는 사람이 또 한 사람 없어질수록 살만한 미래는 더 멀리 후퇴해버려.
그런 황량한 삶을 람이에게 물려주고 싶진 않잖아.
다만 이 시점에서 네게 요구되는 건 또 한 단계 위의 성숙.
해줄 때 상대가 알아주고 또 같이 해주길 바라는 기대심리를 내려놓을 것.
그런 인본주의는 기대심리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다치고 뒤틀릴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할 것.
솔직히 기억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 늘 흔히 보고 있긴 하잖늬. =_=
엄마 김장 도와주고 새벽에 자다 깨서 이 글 보고는 완전 흥분해서 다다다다다~
간만에 흥분했네. 야 잘 지켜 너.
물론, 그녀의 댓글 타이밍은 며칠 늦어서-_- 마음의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뒤에 읽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해준 이야기가 나에게 확신을 더 부여해주었다. 회사에서 지지고볶지 않아 어쩌면 조금 더 순수하고, 독서량이 많아 인문학적인 사고의 폭이 넓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은 펭귄보다, 나의 기준은 조금 더 이해타산적이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난 나의 방식과 나의 가치를 지키기로 했다. 신랑도 고민하지 말라고 했다. 그게 나라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고 평생 그렇게 살거라고 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내 복이다. 정말 감사한다. 감사한 만큼 지속적으로 노력할거다. 균형을 지키며, 주변을 지키며, 사람을 지키며,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물론 무조건 지금처럼은 아니고, 소소한 인간관계의 요령을 갈고 닦으면서, 조금 더 세련되고 근사하게 소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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