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람이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크게 이상은 없어서 괜찮겠거니 하고 출근했다. 발목을 긁기에 크림 발라주고 챙겨주고 버스타고 나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얼마 안 된 시점, 집에서 전화가 왔다.
"람이 몸이 빨갛고 볼록볼록하며 많이 긁는다. 어쩌니?"
혹시나,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응급실을 가야하는 수준인가 싶어 두드러기 부위와 호흡은 잘 하고 있는지 여쭤보다. 다행히 상체와 관절 접히는 부위만 올라오고, 긁는다고 한다. 일회분 담아놓은 유시락스와 락티케어 위치 알려드렸는데, 약상자에 담긴 것들이 많아 쉽게 찾지 못 하신다.
"어머 잠깐, 애가 찾았다. 그래 그거야? 발라달라고?? 어머 어쩌니 영특해라... 어머 어쩌니...조금 이따 통화하자. "
전화를 끊고 지하철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내려서 집으로 돌아갈까. 가도 한 시간은 걸릴텐데. 보통 삼십 분 안에 가라앉으니 가봤자 상황종료되었을텐데. 먹은 건 특이한 게 없으니 요즘 서늘해져서 기온차이인가. 생각이 복잡하고, 지하철은 전진하고. 내릴까 말까 참으로 마음이 힘들었다.
다행히 바로 전화 주신 어머니 왈, 통화하며 약상자를 뒤적이고 있자니 람이가 다가와 약상자를 확 뒤집어 쏟아서는 락티케어를 집어 자기 몸 쪽으로 응응! 하며 가져다 데더란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최근 몇 달은 거의 바르지도 않았는데, 그게 뭔지, 바르면 나아지는지 어찌 기억하는걸까. 18개월 람람이. 어젯밤에 엄마가 긁어주다 찰싹 때린 것도 기억해서 아침에 엄마한테 대면대면했던걸까.
한 달에 한 번 정도 원인 불명의 두드러기가 솟는데, 운 좋게 그 때마다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었다. 할머니만 계신 적은 처음이다. 어차피 부모가 옆에 항상 붙어있을 수 없는거라, 할머니도 두드러기 대처를 혼자 해보시는 것도 좋은 기회다 위안해보지만, 기분 참 나쁘고 서글프다. 다행히 할머니께서 아이 진정되었고 잘 논다고 어린이집 안 보내고 데리고 있을테니 걱정말고 일 잘 하라고 해주셨지만, 오전 내내 심란했다.
나는 복직해서 정말 기쁘고, 회사 생활이 즐겁고 행복한데, 그것이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들다. 다행히 당일 아침 그 난리 이후 보름 이상이 지날 때까지 같은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기를 항상 기대한다. 풀 타임 엄마보다는 파트타임 엄마의 삶이 훨씬 수월하다. 주말과 아침 저녁에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으리라 위안한다. 낮에는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놀고 집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주말에는 일산 가족들과 사랑과 애정 가득한 대모험을 하니, 아이의 표정은 항상 웃는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이 것이 우리 가족의 살아가는 방법이려니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또다시 생각한다. 둘째는 어렵겠다. ㅎㅎ
'람이 > 보물과 만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람이 584일 - 타요타요 세우다. (0) | 2012.09.18 |
---|---|
람이 586일 - 단어 7개 구사. (0) | 2012.09.17 |
람이 579일 - 초등학교 운동장 산책. 가을이다. (0) | 2012.09.09 |
람이 572일 - 셀카의 달인. 주세요. 이. 이쁜짓. 뛴다. (0) | 2012.09.01 |
람이 560일 - 엄마가 집에 있으니 신나! (0) | 2012.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