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는 항상 부끄러웠고, 20대에는 열정과 좌절 사이에서 몸부림쳤고, 30대가 되니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젊음을 가지고 있구나 깨닫게 된다. 항상 머무르는 것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방 안 벽지의 무늬가 기억나는가?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들은 너무나 당연하여 가치도 감사함을 느끼지도, 아니 아예 의식 밖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가지고 있던 것들의 기한이 실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될 때, 드디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젊고 인기있는 미인이던 시간은 지났고, 부유하는 풋풋함들의 상담자 역할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아직 청춘의 한 중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도전적인 청년이 노련한 장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이제야 내 이십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삼십대 역시 나름의 반짝거림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한다.
젊음이 곧 연륜의 노회함으로 바뀌어갈 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을 더욱 감사하고 사랑한다. 남은 어린 맑음의 총량은 얼마나 될 것인가. 그것이 스러지기 전에 마음껏 사랑할 것이다.
영화 은교가 수위 높은 장면들로 연일 뉴스 탑을 장식할 때, 잊고 있던 다음 책 찜 리스트를 떠올렸다. 람이가 덕배이던 2010년 한여름. 소설 은교 소개글을 보고, 이 입덧이 끝나면 읽어야지, 임신으로 인해 몸이 많이 힘들어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읽어야지 하고 미뤄두었던 그 책을 이 년만에 다시 읽으니 정말 일상으로 돌아왔구나 실감하다.
젊음과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 몸에 흐르는 시간만큼 마음에도 시간이 흐르는가. 몸의 변화를 마음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표현이 서툴러 상처를 입히고 받는다. 나의 장년은,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가. 여러가지 상념과 질문들이 마음에 남았다. 읽는 내내 슬프고 먹먹했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시원하고 갑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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