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505일 - 항생제 고민, 스테 등급 높일까.

LEEHK 2012. 6. 26. 09:25

중이염과 목이 부은 감기 이후로 목시클(오구멘틴)이틀, 아목시실린 일주일 복용했다. 람이의 동네 소아과 선생님은 약을 세게 쓰는 성향을 가지신 분이라, 다 나을때까지 항생제를 계속 먹이자고 하신다. 기본적으로 의사의 의견을 따르려 하지만, 람이 발진 및 가려워하며 긁는 밤이 오면 또 항생제 반응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여름이라 땀이 나고 더워서일 수도 있고 다른 원인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 들어맞았던 원인인 항생제를 또 먹이게 되었으니 계속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중이염 등급이 심할 때는 6이다가 3>2>1로 떨어졌지만 아직 염증이 남아 있으니 항생제를 더 먹였으면 하셨지만, 나는 약을 끊었으면 했다. 선생님 판단에도 꼭 먹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셨는지 약을 그만 먹이는 데 동의하셨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람이가 중이염 염증이 다 가라앉기도 전에 엄마 의견이 반영되어 약을 끊게 되어 자꾸 중이염이 재발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알러겐은 끊어주는 것이 맞지만, 알러겐이 아니고 유용한 물질도 내 임의의 판단으로 잘라내어 오히려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건가 싶은 생각은 나를 가장 심란하게 한다. 고민하고 공부해서 의료진과 의논하여 방향을 정해 철저히 관리해주는데, 그것이 어쩌면 내 비전문가적인 아집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이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가장 괴롭다. 객관적이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게 주관적인 의견에 람이의 증상을 끼워맞추는 것은 아닐까.

 

 

귓볼 찢어진 부분이 리도맥스 두 번 발라도 호전이 크게 없어 스테 등급을 조금 올려볼까 싶어 의논드리니 조금 더 센 연고를 주신다고 하셨다. 약국에서 통에 덜어준 것 같아, 궁금해하며 집에 와서 확인하니 새로겐타크림이다. 스테 5등급 분류에서는 2등급 강함에, 스테 7등급 분야에서는 4등급 보통에 위치한다. 리도맥스는 5/5, 6/7 이고 락티케어는 5/5, 7/7인데 비해서 상당히 높은 연고다. 약한 등급 오래 바르는 것 보다 강한 것 며칠 발라 불을 끈 뒤 낮은 등급으로 다시 관리하면 된다는 것 잘 알고 있지만, 거부감이 확 들었다. 아무리 약을 세게 쓰는 성향을 가진 의사선생님이 별 생각없이 짧게 몇 번 쓸 분량으로 처방해주신거라도 하지만, 람이가 그런 높은 등급의 스테를 써야할 만큼으로 보였다는 것이 속상했다. 내 마음 속 스테의 마지노선은 리도였나보다. 그 선이 깨져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리도맥스나 락티케어도 잘 쓰지 않던 터라, 자극 받은 밤 람이를 재우고 팔다리 발목 귓볼에 꼼꼼히 리도맥스를 발라주었다. 정 안 될 때 도움을 받기 위해 새로겐타크림을 냉장고에 보관은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락티나 리도 수준에서 관리하고 싶다.

 

 

 

이 두 가지 때문에 마음이 꿀꿀했다. 하지만 집에 오는 길에 신랑의 의견을 듣고 많이 진정되었다.

항생제는 길게 먹이고 싶지 않다. 염증이 호전되었다면 람이의 자연치유력를 믿어보자. 밥 간식 과일 잘 먹고 엄마 젖도 아직 먹는 아이인데 면역력이 점점 좋아지겠지-

스테는 높은 등급 연고 쓰지 말자, 리도맥스 아침저녁 이틀 써보자. 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잖아. 더 좋아질거야-

 

 

 

마음이 안 좋을 때 쇼핑을 한다. 할부로. 임신 7개월 이상 미혼모 보호부터 신생아 보육, 입양 주선까지의 일을 하는 사회복지법인에 람이 이름으로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창고에 박혀있는 람이의 물건들도 챙겨서 가져다 주어야겠다. 위탁 가정 같은 공수가 드는 위대한 일을 할 자신은 없으니 그저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선업의 복이 람이에게 돌아가실 바라는 감정적 대가성 기부다. 돈을 보람차게 쓰면 기분이 풀린다. 그리고 귀가 후 붉은 꽃 무늬 원피스를 양 손에 움켜쥐고 쫓아다니던 람이가 있어 마음이 풀렸다. 엄마 어서 이거 갈아입고 젖 내놔- 라는 의미의 행동이다. 그 절실함이 귀엽고 작은 몸은 따뜻했다. 기관에 있는 작은 아기들도 조금이나마 더 따스해지길. 아줌마가 돈 열심히 벌어서 더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