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장난감 보관장 앞에 앉아 이것저것 만지고 노는 람이 쪽에서 기릭기릭 하는 소리가 났다. 할머니가 갑자기 "람이 지금 뭐하니!?" 외치셨다. 큰일났나하고 쳐다봐도 그냥 잘 놀고 있었다. "쟤 지금 태엽 돌린다!!" 그제서야 자세히 보나 작고 동그란 플라스틱을 대수롭지 않게 돌렸다 풀었다 하며 놀고 있는 람이의 손동작이 눈에 들어왔다.
고모가 작년에 사주신 뽀로로, 에디, 루피 삼총사의 어른 손바닥만한 태엽자동차가 있는데, 태엽을 돌리는 손잡이가 직경 2mm, 길이 4mm 정도의 작은 플라스틱이다. 아기가 돌리기에는 정교함도, 손가락의 힘도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그저 밀고 놀거나 어른들이 돌려주는 놀잇감이었다.
그런 것을 스스로 돌릴 수 있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람이 많이 컸다. 쌀뻥튀기를 집어먹는 것이 손가락 연습이 많이 되었나보다.
토요일은 일산에서 일요일은 성남에서 감자전을 먹었다. 할머니는 감자 알이 너무 잘아서 강판에 갈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할아버지 본인이 갈아주시겠다며 람이 먹이고 싶다고 한참 갈아주신 것을 할머니께서 부쳐 주셨다. 양가에서 서로 짠 것처럼 똑같이 벌어진 일이다. 람이는 정말 사랑받는 아이다. 그리고 잘 먹는다. 감자전, 수박, 참외, 찐감자, 사과, 국수에 밥 한 그릇에 반찬까지 세 끼 꼬박 먹고 두유와 엄마 젖도 먹었다. 꿀꿀람, 꿀람! 살은 그리 찌지 않는 것을 보아 키로 가는 건가 싶다.
일요일 낮에 낮잠 재우다 지쳐 먼저 잠들었는데, 람이 삼촌이 람이 응가 물로 닦아 보습하고, 찡찡대는 것 안고 돌아다니며 재워서 가져다주었다. 건장한 이십대 청년이 육아 전문가가 되어간다. 아하하~~
저녁 목욕 후 수유를 하는데, 가재수건이 있어야 수유를 해 준다. 보통은 가지고 오라고 하면 최선을 다해 가지고 온다. 가끔 자기도 피곤하면 아빠에게 가져다 달라고 징징대는데, 일요일 저녁에 신랑이 장난기가 돌았는지 "아빠 해봐. 아빠 하면 주지~" 했다. 징징대며 달라고 하고, 람이가 이거 주면 저거 해줄게 라는 조건부 문장을 한 번도 수행한 적이 없어 말릴까 하다 지켜보았다. 람이의 징징대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아빠 하면 주지 네 번째, 갑자기 "아빠!!" 라는 말이 터졌다. 폭소했다. 가재수건을 받아들고 엄마에게 내밀며 젖달라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을 잡아당기는데 나도 말 해 보았다. "엄마 하면 주지~"
람이는 엄마 아빠 둘 중 하나만 택해서 줄기차게 말한다. 아빠만을 외친 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 간 아무리 "엄마 해봐~" 해도 돌아온 답은 "아빠!" 였다. 그러나 일요일 밤에 젖줄게를 조건으로 걸고서야 들을 수 있었다. 졸리고 배고프고 짜증나는데 이거 한 마디 해주면 꼭 젖 줘야돼!! 라는 감정이 가득 담긴 한 마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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