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식품 알레르기와 아토피

아토피 아기 모유수유 식이제한.

LEEHK 2012. 2. 26. 01:08

조만간 글로 정리해야지 했던 내용인데 모 님이 방명록에 비밀글로 질문하셔서 우선 순위로 적는다. ㅈ님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토피 아기의 모유수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있다.

A. 모유를 먹어야 한다. 모유수유의 장점 블라블라- 아기의 성장, 면역력, 교감 등등등.

B. 모유를 끊어야 한다. 엄마가 식이제한을 하지 못 할 경우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알러겐이 지속적으로 주입되어 계속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물론,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정답은 없다. 어떤 아기는 A에 해당하고, 어떤 아기는 B에 해당한다. 내 아기가 어떤 타입인지 알아보려면? 병원 상담과 함께 생체 실험을 해보는 수 밖에 없다.

 

 

 

일단 이야기를 진행하기 앞서 기본 지식이 조금 필요하다.

 

> 분유의 종류와 테스트, 전환의 어려움 : 분유는 종류가 참 많다. 그 중 우리 아기와 맞는 분유를 찾아야 하는데, 무턱대고 분유 먹인다고 모유를 끊고 시작했는데 아기의 배변에 문제 - 설사 혹은 변비 - 생기거나 기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다들 쉽게 생각하는 우유 알러지 아이를 위한 유당 가수분해 분유(HA 등)는 정말 맛이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과즙을 섞어 먹여도 양이 얼마 안 된다. 적게 먹으면 아이의 성장에 좋은 영향이 갈 수 없다. 그리고 모유만 먹던 아이가 젖병을 물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토피 아이들은 울면 상태가 더 악화되기 마련이고, 벌게진 모습은 정말 보기 안쓰럽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시도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알러지 반응 없이 적응한다면, 분유가 모유보다 영양학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없다고 본다. 엄마와 아기의 선택일 뿐이다.

 

> 아토피성 피부염과 알러지 : 음식 알러지는 피부 발진과 분명히 구분된다. 이것을 아토피 아기가 첫 아기인 초보 엄마들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경험이 많은 아토피 전문 의사가 아니면 일반 소아과, 피부과 의사들 역시 쉽지 않다. 알러지가 피부로 오면 아토피성 피부염, 장으로 오면 설사나 변비, 폐와 기관지로 오면 천식, 코로 오면 비염, 눈으로 오면 결막염이 생긴다. 일반적인 아토피성 피부염은 알러지 반응이라고 보지만 그 원인이 음식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피부 장벽을 감싸는 세라마이드(피부세포를 벽돌로 비유하면, 그 사이를 메꾸는 시멘트 같은 역할을 함)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외부 자극에 약한 것이 대부분의 영아 아토피다. 침에 반응하면 침독, 접촉에 반응하는 접촉성 피부염 등 이름도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세라마이드를 보충해주기 위한 보습제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간혹 특정 음식을 끊었더니 피부가 깨끗해졌어요 하는 글이 있는데 그 경우는 알러지원을 분명히 찾아 차단한 운 좋은 케이스일 뿐이지 우리 아이도 음식을 찾아내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온 세상 모든 것이 알러겐이 될 수 있다. 내 아이의 알러겐이 무엇인지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가 크며 피부 장벽이 성숙하고 면역 체계가 잡히면서 피부 발진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 식품 알러지 : 과면역 반응으로 면역 체계가 과다하게 반응해서 생기는 일이다. 전에 한 번 공격했던 병균이 다시 들어오면 몸에서 만들어둔 항체를 내보내어 맞서 싸운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기나 열 등 염증 반응이 생긴다. 식품 알러지는 몸이 특정 식품을 병균과 동일한 적으로 간주하는, 과한 면역 반응이다. 싸우러 나갈 때 분비되는 물질이 히스타민이고, 히스타민은 간지러움과 콧물 등을 유발한다. 알러지 반응이나 콧물 약으로 항히스타민제가 쓰인다. 흔히 듣는 유시락스, 자디텐 등이 항히다. 알러지 반응 후에 먹이는 것은 추가 반응을 막기 위해서이지, 기존에 발생한 염증을 잡지는 못한다. 이것은 소염제를 써서 잡거나 스스로 이겨내어야 한다. 스테로이드(천연 소염제인 부신 피질 호르몬을 인공으로 합성한 것)연고는 보통 이미 일어난 피부 반응을 가라앉히기 위해 쓴다. 음식알러지는 지연성 반응이라 유니캡이나 마스트 등 알러지 피검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참고할 수는 있다. 피검사는 과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 IgE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 발진 구분 요령 : 급성 알러지는 콜린성 두드러기로 반응한다. 순식간에 모기 물린 것처럼 올라오고 아기가 많이 괴롭고 가려워하며 보챈다. 경미한 반응은 삼십 분 쯤 뒤에는 가라앉고 보통 항히를 먹이고 추이를 살핀다. 가려움을 가라앉혀 주기 위해 미지근한 물에 담궈 토닥토닥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반응이 심하면 콜린(모기 물린 것 처럼 올라온 것)의 크기가 크거나 숫자가 많아지고, 입술이 붓고 기도가 막히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

 

식품 알러지 중 문제가 되는 알러지는 이러한 급성 알러지이다. 이는 과면역 체계가 심각하게 발동된 것으로 몸이 알러겐을 잊을 때까지 철저히 음식 제한을 해 주어야 한다. 영아 때 시작된 음식 알러지는 잘 제한 관리해줄 경우 보통 세 돌, 일곱 돌 전에 없어지는데, 종류에 따라 땅콩 알러지처럼 평생 가는 것도 있다.

특정 음식을 먹은 뒤 기존 발진이 다시 올라오거나, 종아리 발목이 부었다던가 하는 것은 음식 알러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즉, 음식 알러지일 수도 있다.) 또한 아이의 컨디션 및 음식 이외의 환경적 요소에 의한 반응일 수도 있다.

 

 

 

 

> 모유수유부가 섭취한 음식의 유즙으로의 이행 : 양방에서는 땅콩 이외의 모든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으라고 한다. 맵고 짜거나 알코올 같은 모유수유부의 기본 기피 음식 말고, 고기나 우유 계란 등을 임의로 제한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아주 민감한 아이들은 엄마가 무얼 먹었는지에 따라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 자 이제 람이의 케이스. 아. 사전 정보 길다;;;;;

 

 

람이는 생후 한 달 즈음 신생아 여드름 이후 건조한 피부에 보습이란 명목으로 화학 합성물인 로션을 바르는 것이 옳은가!? 라는 의문으로 제대로 대응을 못 한 사이 상태가 악화되어 두 달 무렵 진물을 보고, 그 이후 서울의료원 아토피 클리닉을 정해서 꾸준히 다니고 있다.

선생님은 기존 병변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국소적인 병변은 엄마 음식과 관계없다고 땅콩 빼고 아무거나 먹으라고 하셨지만, 엄마 기분이 어디 그런가- 무한 음식 제한을 하기 시작했다. 쌀밥과 미역국 물김치만 먹었다. 체중이 계속 줄고 아기의 피부염은 호전될 생각을 않고 우울하고 죽고 싶었다. 그러다, 이유식 하기 전에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것들은 모유를 통해 걸러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선생님이 엄마 뭐 먹고 사냐며 케이크도 빵도 먹으라는 말씀에 위로도 받아 음식 테스트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종류씩 먹는 종류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는 람이가 이유식을 시작한 7개월 무렵까지 계속 되었는데, 람이 상태가 안 좋아지고 좋아지는 것이 규칙성 없이 반복되던 시기이기 때문에 많이 햇갈리고 고민했다. 엄마가 특정 음식을 먹을 때만 반응이 심해지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고, 람이의 병변을 피부가 많이 스치고 자극 받는지 여부와 온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약 5개월 간의 완모아가의 모유수유부 음식 테스트 결과 람이는 엄마의 음식 섭취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나서 이유식을 시작했다. 간혹 엄마의 음식 여부에 반응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 경우 알러겐을 찾기 위해서는 엄마의 섭취 음식을 고정시키거나, 아이의 음식을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변수를 제한하여 실험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만약 이미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한 단계이고 크게 짚이는 게 없다면 모유에 의한 반응은 없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보통 모유수유 중 아기의 몸이 엄마의 음식에 반응한다면, 엄마는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엄마가 그런 느낌 없이 막연한 죄책감으로 식이제한을 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유제품 일체를 제한했던 시기에는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안 먹어도 아기는 계속 안 좋고, 이제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우울하고, 살기 싫고의 반복이었다. 엄마가 우울하면 육아에 막대한 지장이 온다. 람이의 상태가 좋아지던 시기에 나는 음식 제한을 모두 풀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점점 좋아지니 다시 삶에 활력이 돌아왔다. 아기가 내가 먹는 것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생체실험 결과도 있었기에 당당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기가 엄마의 음식에 다소 반응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감안하고 모유를 먹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는 이유식 진행 역시 마찬가지인데, 치명적인 반응이 아니고 대체 음식을 찾기 어렵다면 그냥 먹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왜냐하면 아이는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창 자라야 하는 시기에 영양 결핍이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람이의 이유식 역시 그런 원칙 하에 진행하였다. 소고기와 닭고기의 경우 초반에 피부 발진과 섞여 햇갈렸는데, 가능한한 고기는 꼭 먹여야 한다는 의학적 소견에 따라 그냥 매일 먹였다. 이후 정말 급성 알러지는 접한 뒤에야 약한 피부 발진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다. 우유의 경우 바로 입가에 콜린이 뜨고 붉어지고 아이가 괴로워 했기에 바로 병원을 간 것이다.

이유식 초기에 오이, 애호박, 무, 고구마 등에도 람이가 인식하지 못 하는 작은 콜린 한두개와 피부 발진이 섞여 햇갈렸는데 이 때는 과감하게 해당 음식 재료를 제외했다. 왜냐면 야채류는 소닭고기와 다르게 대체식품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놈들 말고도 먹을 퍼렇고 노란 녀석들 많았고, 람이는 잘 먹고 잘 자랐다.

돌 즈음 한 피검에서 우유, 계란 제한식이 판단이 나왔고, 모유수유부 역시 해당 음식 제한을 시작한다. 7개월 이전 엄마 음식에 반응하지 않던 시기에는 피검 결과도 제로였지만, 현재 결과가 변한만큼 엄마의 음식에 영향을 받는지 다시 실험해 볼 계획이다. 다행히 람이는 돌이 지나 쓴 맛이 나는 HA분유 대신 두유로 전환해도 된다. 단, 두유도 맞는지 테스트가 필요하다. 일단 엄마 식이제한으로 모유수유부의 우유 계란 영향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 판단되면 두유로 갈 것이다. 실험 기간은 다이어트 목적도 겸한다. 이 모든 바탕에는 유즙 테스트를 통과하여 두 돌까지 행복하게 젖을 먹이고 싶은 소망이 있다.

 

 

한 시간 넘게 길게 썼는데... 결론을 맺자면, 아이에게 영향이 갈까봐 완모하고 싶지만 억지로 단유해야하나 고민하는 B의 경우라면, 웬만하면 모유수유를 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인 모유의 장점도 장점이지만 아이와 엄마의 유대관계에도 좋다. 찡찡대다가도 젖 먹고 나서 노골노골 녹아 행복해 하는 아기를 보는 것은 엄마의 특권이자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이다. 만약 정말 유즙으로 인한 아이의 알러지 반응이 의심된다면 큰 병원 아토피 센터에 찾아가 상담하고 결정해야 한다. 왜냐면 그 수준으로 민감한 아기라면 맞는 분유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대부분 엄청 비싸고 맛없는 분유라 돈도 많이 들고 아이도 잘 먹지 않아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알러지 반응도 의심되지 않는데 막연한 불안감에 식이제한을 하는 것?? 부질없다. 알러겐의 종류만큼 알러지의 종류도 무한대다. 쌀알러지도 있는데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을 것인가?

 

간혹 모유수유부가 제한식이를 못 하여 없었을지도 모르는 알러지가 생긴 게 아니냐는 고민이 미친듯이 엄마를 괴롭힐 때도 있다. 내가 만난 모든 의사가 답했다. 잠재된 아이의 알러지 요인이 발현된 것일 뿐, 이 아이의 운명이다. 아이의 건강상 문제는 모두 엄마의 책임이 아니다. 엄마가 혼자 애쓴다고 낫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발현될 알러지 체질이라면 직접 먹이기 전에 피부에 발라보듯, 모유를 통해 소량 접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조기 발견하여 병원과 상담하여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하며, 아이가 자라며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빡시고 힘들다. 지나치게 엄격하게 엄마 본인을 몰아세우면 쉽게 지친다. 아이의 아토피는 장기전이다. 맛있는 것 먹고 아이와 즐겁게 지내며 체력을 아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