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때 돌잔치 예약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빨리 결정하려 했다.
부모님들은 돌잔치를 하고 싶으셨으나,
부부는 직계가족만 치르고 싶었다.
의견 조율 끝에 우리 뜻대로 결정됐다.
건조한 겨울이라 람이 피부 상태도 어떨지
모르겠거니와, 돌잔치를 참석해서 느낀 건
어른의 행사이지 아기는 뒷전이란 것이었다.
안 그래도 컨디션 조절 힘든 아기가
몇 시간 동안 밖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손타고
조명 받고 불편한 옷 입고 하는 게 싫었다.
몇 주 전 람이 피부가 좋은 듯 하여
결혼식을 갔는데, 최근에 아기 안 키워 본
어른들이 씻지 않은 손으로 볼을 문대고
꼬집고 만지고, 면이 아닌 거칠한 옷을 입고
아기를 안아보고, 그 옷에 볼을 부비고.
삼십 분 만에 발진 올라와 식사 포기하고
귀가하였다. 그 후 며칠간 스테를 쓰며
든 생각은 아기가 면역력이 커지기 전에는
람이에게 가혹한 환경-잔치집에는
참석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었다.
몇 군데 친척집을 방문해 본 결과,
편히 낮잠 잘 수 있고, 씻을 수 있으며,
람이의 상태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즉,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은 괜찮았다.
그래서 집에서 치르고 싶었으나,
친정살이하는 죄로, 음식이며 청소며
가족에게 폐가 되어 포기했다.
직계가족과 할 수 있는 장소를 알아보니,
온돌방이 있는 괜찮은 한정식집은
부가세 봉사료 포함하여 인당 4만원 이상,
호텔 뷔페는 인당 7만원 이상에
제휴 돌상 이용시 40만원 이상,
외부 돌상 반입시 페널티-_- 10만원 이상,
스냅사진은 25만원 이상,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까지;;;
이것도 상권이 빼곡히 자리잡은 돈잔치였다.
남들 하는대로 따라가 주는 것은
결혼식이 마지막이라 생각했었기에
돌잔치도 시류에 따라 치르고 싶지는 않았다.
* 결혼식도 장소만 남들처럼 했을 뿐,
진행은 양가 부모님이 성혼선언과
편지를 읽어주신 주례없는 결혼이었다.
고민 끝에 모 특급 호텔 스위트룸 예약했다.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고,
소파 의자를 합치면 6~7명은 앉을 수 있고
람이를 재울수도, 씻길수도 있다.
신랑 회사 제휴로 7% 할인 받아 42만원,
작은 풍선과 초 장식, 와인, 미니케이크 제공,
폴라로이드 카메라 대여, 필름 10장 제공,
익일 조식 및 아기침대 서비스 가능하다.
2시 체크인이니, 들어가 돌상 차리고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고 방을 꾸민 뒤
3시쯤 부모님을 오시라 하여
돌잡이 하고 양가 부모님 덕담 듣고,
가족들에 감사편지 읽고,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고 사진 찍고,
시간을 보내다가 4~5시쯤
근처 한정식집이나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로 마무리를 할까 한다.
그리고 람이와 더 노실 분들은
스위트룸에서 밤까지 함께 하시다가
세 가족이 기념삼아 1박하고 종료.
스냅사진과 헤어 메이크업 비용으로
DSLR을 사던가, 혹은 지인에게 빌려
사진 많이 찍어줄 예정이다.
부부는 결혼식 한복, 람이는 돌복 대여로
여러 벌 챙겨 찍어주고^^
챙길 것은 돌상과, 돌잡이, 람이 인생 ppt.
돌상을 테이블보와 색에만 신경 쓴
정말 조촐하게 엄마표로 꾸밀 예정이다.
나야 워낙 미적 감각 없으니 한참을
고민하겠지만, 준비에 즐거울 것 같다.
돌잡이 물품은 조금씩 챙기고,
사진 ppt와 동영상 몇 개 챙겨 랩탑에
넣어가는 것은 신랑에 부탁해야지.
아 신난다. 재미있겠다.
이래서 삶은, 원하는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남들 하는대로 끌려가는 건 싫다.
기다려진다.
이제, 4개월-_-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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