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6일에 영양실조를 겪었다.
기력이 없어 손가락 하나도 들기 힘들고, 온 몸이 떨리고 힘없고 누워있지만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래서 영양제나 링겔은 맞는구나 이해를 하게 되었다.
사람이 먹지 못해서 체력이 고갈되어 숨 쉬기도 힘든 그 순간, 그 날이 피크였다.
14주 부터는 잘 먹고 안 아프다. 입덧이 끝났다.
물론, 과식하면(과식이라지만, 임신 전 먹듯이 먹으면 과식이 된다 T_T) 속이 많이 아프다.
만성적인 소화불량과 지속적인 위액의 솟구침은 여전하지만,
조금씩 자주 먹으면 더이상 울렁거리거나 다시 올라오는 일은 없어졌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고슬고슬한 밥과 찌게를 먹는 것이 좋아졌다.
다시 쌀밥을 삼킬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14주가 되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똑바로 하늘을 보고 누웠을 때, 양 쪽 골반뼈 사이 - 치골 위, 배꼽 아래 부분이 볼록하고 딱딱하게 나와있다.
항상 말랑말랑하고 평평했던 부분인데, 단단하게 동그란 것이 만져진다.
오른 쪽으로 누워 있다가 바로 누우면 오른 쪽으로 치우쳐서 만져지고
왼 쪽으로 누워 있다가 바로 누우면 왼 쪽으로 치우쳐서 만져진다. 웃긴다. ㅎㅎ
딱딱하게 만져지는 것이 정말 아기집이고, 말랑한 것은 내 살이다.
아기집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층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한다.
임신으로 인해 소화가 안 되어, 가스가 차서 배가 나온다는 설도 있다.
저녁에 보면 완전 웃기다. 배 많이 나왔다 -_-
종종 배가 뭉치고, 허리와 사타구니 근처가 뻐근하니 땡기는 약한 통증이 있다.
자궁이 커지면서 인대가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걷다가 배가 아프면, 잠시 자리에 서거나 근처에 앉아 쉰다. 그러면 또 금새 괜찮아 진다.
하혈과 입덧으로 인해 두 달 간 죽은 사람처럼 운동도 못 하고 있었더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매일 버스 두 세 정거장 거리는 일부러 걸으려고 노력한다.
주말에도 30분 이상 산책을 시도하고 있다.
꾸준한 운동이 덕배와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많이 움직이려고 한다.
하루 먹는 음식들을 칼로리와 함께 수첩에 적고 있는데, 2,000kcal 정도의 섭취가 적당한 것 같다.
비타민제, 엽산, 칼슘제는 평일 회사에서 매일 정량 복용하고 있고,
빈혈기로 인한 의사 선생님 지시대로 9월 초, 추이보다는 조금 빨리 철분제 섭취를 시작한다.
배가 나오지 않았던 때에는 과연 덕배가 무사한가, 강박관념이 될 정도로 불안해서
수시로 초음파를 보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며칠 사이 조금 더 나오자, 덕배가 잘 크고 있다는 것이
손으로 만져지니, 전보다 많이 안심이 된다.
덕배의 건강함을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 어서 태동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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