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인상에 남은 글

대추 - 장석주

LEEHK 2009. 9. 22. 14:01

 

 

 

 아직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더 필요하다.

 어제 만났던 그녀석은 태풍도 천둥도 벼락도 되지 못하는 작은 바스라기에 불과하다.

 아침 출근 길, 강남교보 밖에 걸린 저 문구에 큰 위안을 얻었다. 글의 힘은 정말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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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 추 -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장석주의《달과 물안개》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