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여행 및 기타 행사

파리. 사이요궁에서 바라본 에펠탑.

LEEHK 2009. 8. 20. 15:36

 

 길바닥은 담배꽁초로 가득했다. 세느강은 양재천보다 조금 넓었지만 수심은 많이 깊었다. 습하지 않은 공기와 넉넉한 바람 덕에 그늘에서는 부채가 필요 없었다. 어디든지 벤치가 있었고 어디서든 군것질거리를 팔았다. 슈퍼는 없었지만 곤란하지는 않았다. 루브르에서 튈뤼르 정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지나 콩코드 광장에 앉아 '사원의 오벨리스크를 프랑스에 선물했다는' 이집트의 미친 정치가를 욕하며 오벨리스크를 감상했다. '오~ 샹제리제~' 노래를 흥얼거리며 샹제리제 거리에서 샐러드를 먹었다. 개선문 앞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따라하고 싶었으나 어글리 코리안은 될 수 없었기에 귀찮지만 지하보도를 건넜다. 거대한 개선문은 밑에서 보는 것으로 족했다.

 

 사이요궁 광장에 들어서자 시야가 확 트였다. 와글거리는 사람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압도된 상태에서, 왜 파리의 상징이 에펠탑인지 알게 되었다. 5층 미만 중세시대 건물들은 엄격한 개축제한을 받는다. 중세시대 건물이 그대로 잘 보존된 파리 시내는 감탄스러웠다. 그러나 계속된 자극은 무감각해지는 법이다.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나홀로 우뚝 솟아있는 잘 빠진 철근구조물은 매력적이었다.

 

 아무데나 철푸덕 잘 주저앉고 이것저것 먹으면서 걸어다니는 파리지앵의 생활상은 나와 매우 잘 맞았다. 햇빛 쨍쨍한 날씨에 태양을 피해 사이요궁 광장 계단에 두 발 쭉 뻗었다. 왼편 광장에는 비보잉 하는 젊은이들과 그들 주변을 빙 둘러싼 사람들이 있었다. 노점에서는 불티나게 아이스크림이 팔리고 있었다. 슈퍼에서의 3배 정도 가격을 내고 MEGA 를 사먹었다. 아이스크림 주변에 코팅된 초콜릿이 금새 녹아 뚝뚝 떨어졌다. 멍하니 에펠탑을 바라보고 있으니, 파리에 있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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