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 사거리 육교 아래,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좌판에 야채, 과일, 두부, 꽃 등속을 펼쳐 놓았다.
박스를 깔고앉다가 움푹 들어가 허둥대는 할머니를, 지나가던 아가씨가 끌어 올려준다.
그 광경을 안경점 아저씨가 유리문 안에서 인자하게 바라본다.
안경점을 제외한 모든 가게들은 텅 비어있고, 벽에는 빨간색 스트레이로 휘갈겨 쓴 단어로 가득하다.
'철거'. '철거', '철거', '철거'. '철거' ...... 누가 썼는지 글씨체도 참 못났다.
오른쪽 건물은 한 악세서리 가게를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글씨로 도배되어 있다. 왼쪽 건물은 이미 공사중이다.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철거' 가 세겨진 채로 깨어져있는 쇼윈도우 유리 조각이 흉물스럽다.
족히 20년은 한 자리에서 장사하셨을 분들이 그 자리에서 밀려나가는 것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이 모든 건물을 다 때려부수고 새로 멋드러진 건물을 지은 뒤에도, 정겨운 이웃들의 일상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급박했던 출근길의 생각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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