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에서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탈중개화란 재화와 용역의 유통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경로를 탈피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1950년대 후반 금융업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여 수익성이 더 높은 곳을 찾아 다니는 속성을 보였는데, 이로 인해서 뮤추얼 펀드의 성장이 촉진되었고, 생명보험이 좀더 정교한 금융기구로 변모하였으며, 부동산 투자신탁과 그 밖에 세금을 피하는 투자 방법 등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탈중개화는 조건이 가장 좋은 모기지와 CD 이자율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는 쇼핑 행태를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탈중개화의 의미는 유통과 관련하여 새로운 경로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유통경로가 생겨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에 뺄셈을 기르지만, 사실은 곱셈의 효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뺄셈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곱셈의 세계가 제공하는 미래의 기회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결코 발견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1. 미디어.
가족 모두가 거실에 모여 라디오를 청취하던 시절에 TV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라디오가 이제 끝났다고 믿었다. 실제로 라디오 방송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다 마침내 라디오는 미스터리 연속극과 버라이어티쇼 등을 던져버리고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즉 음악과 토크쇼, 뉴스 등 사람들이 듣고는 싶어하지만 굳이 볼 수 없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 뒤 라디오와 TV는 서로를 강화시켰으며, 그 파급효과로 정치 분석 프로그램, 음반산업, 유명인 관련 판매업, 잡지 산업 등이 생겨났다.
인터넷에서 다시 보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TV 시청자가 감소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IPTV가 도입되면서 새로운 유통경로가 나타나고 있다. IPTV는 원하는 컨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것으로, TV로 웹서핑도 가능하다. TV를 보면서 간단한 궁금증 해소는 그 자리에서 즉시 할 수 있으며, 유료 컨텐츠 구매 규모도 커질 수 있어 곱셈의 효과가 기대된다.
비디오가 등장했을 때, 영화산업의 이윤이 비디오 산업으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영화사들이 손해를 보게 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영화사들은 비디오 테이프 판매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기 시작했다. 극장에서 실패한 영화들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성공을 거두어 속편이 제작되는 일도 종종 버려졌다. 비디오는 영화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시장을 급격히 확대해 나갔다. 아이들이 비디오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고, 그에 관련된 책과 음반, 장난감 등을 사달라고 졸랐다. 그에 따라 디즈니랜드, 토이저러스 관계 제품들이 수많은 유통경로를 발전시키며 이윤을 창출했다.
2. 인쇄물 vs 인터넷
인터넷에 잡지 형식의 글이 게재되기 시작했을 때, 종이 잡지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출판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련된 수백여 종의 새로운 잡지가 생겨냈다. 장시간 이용할 경우 인쇄물의 고정된 이미지가 컴퓨터의 펄스(pulse: 지속시간이 매우 짧은 전류나 변조파)이미지보다 뇌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훨씬 더 친화적이다. 인간의 두뇌는 실제 잡지나 책을 읽거나 보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잡지나 책의 감촉과 광택이 컴퓨터 스크린이나 컴퓨터 출력물에서 얻을 수 없는 정신적, 감각적 만족을 준다.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해볼 때, 인터넷은 단기간의 관심거리나 뉴스거리로서 최고의 유통경로가 될 수 있고, 인쇄물은 더 커다란 주제나 더 큰 집중력을 요하는 주제에 유리하다. 그러므로 가장 취약한 인쇄물은 긴 글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 회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쇄물과 온라인의 곱셈 효과는 수백 개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저자와의 채팅, 쌍방향적 문제풀이, 독자 간의 의견 교환, 원본에서 언급된 사항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곱셈이 있을 뿐 뺄셈은 없다.
3. 캠퍼스 수업 vs 온라인 수업.
인터넷은 세계에서 훌륭한 강사들이 ‘어디서나 누구에게’ 가르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질이 더 나은 수업을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에 따라 인터넷 기반의 교육, 원격 교육의 등장으로 전통적 교육기관이 해체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각각의 유통 경로가 각기 다른 장점을 보유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개의 경우 기존의 것들이 사라지는 대신 새것과 기존의 것이 공존하는 현상이 전개된다.
가상현실을 통해 구매자들이 수업 내용을 체험하고 나서, 책이나 테이프, 예술품, 의류 등 교육 현장 너머로 지식을 연장하는 어떤 것이든 구매할 수 있다. 기존의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 캠퍼스에서는 새로운 교육 형태가 제공할 수 없는, 사회화와 다문화 상호 작용 체험, 독립심, 그리고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통과의례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조합한 형태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4. 소매업.
통신 판매와 전자상거래가 등장하면서 소매업은 종종 탈중개화의 주요 희생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곱셈의 효과는 이곳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 매트리스가 고장 났을 경우 주문 전화 한 통이면 다음날
5. 보건 분야.
보건 분야는 탈중개화와 곱셈의 가장 훌륭한 예이다. 50년 전에는 주요 보건 유통 경로로 일반 개업의와 병원, 제약회사 이렇게 세 가지가 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특화된 전문의를 원했고, 의사들은 내과, 부인과, 심장내과, 정형외과, 소아과 등 전문의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서로의 이익에 대한 뺄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은 의료 서비스를 소비하게 됨으로써 의사들은 모두 전보다 형편이 좋아졌다.
제 3의 지불인인 보험회사들이 병원을 개혁하라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함으로써, 병원들은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들어섰다. 수입 증대의 일환으로 외래환자를 받았고, 출산 교육 강좌와 스트레스 해소 센터를 비롯해 온갖 종류의 건강관리 시설을 도입했다.
제약 회사들 중 일부는 할인 유통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떤 회사들은 카탈로그 위주의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약 회사들은 의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하는 전략을 도입하여 약품 구매율을 엄청나게 상승시켰다.
더불어 DIY용품(자가 임신 테스트기, 인슐린 수치 측정 용품 등), 스파, 다이어트 책, 다이어트 센터, 다수의 전문의가 동업하는 형태의 병원, 척추 교정, 침술사 영양학자, 아로마 요법과 같은 대체 의학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역시 곱셈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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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싱크 를 읽고 쓴 독서통신 레포트. 책 내용 타이핑 + 일부 추가 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이다. 현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넓은 시야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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