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본부 행사로 넷째주 금요일 오후에는 회사를 뛰쳐나가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 회사 우리 본부 멋지다.
이번 주에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전시관 2층에서 전시회를 관람하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지 오래인 시각장애인 체험 코스이다.
성인 요금은 2만 원이다. 어린이는 반값이다.
1.
오사카 여행할 때 청수사(키요미즈데라) 본당 지하에서 눈을 떠도 빛 한 점 없는 어둠을 체험한 적이 있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사고를 당해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바로 공포가 급습했다.
내가 태어나 자란 세상엔 별빛이든 전등빛이든 불빛이든 언제나 미세한 불빛이 옆에 있어왔다. 그 빛이 사라지는 경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2.
두번째 접한 빛 한 점 없는 어둠. 오른 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더 냄새에 민감하고 소리에 민감해진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만지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손 끝에 닿는 시원함과 부드러움이 좋아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물에 젖은 나무 난간도 손에 찰싹 달라붙고 차가운 금속 벽의 감촉도 좋았다.
장님 코끼리 발등만지듯, 오토바이의 앞부분만 만지고 '이건 전등같은데 왜 여러개가 이렇게 낮은 곳에 달려있는 걸까' 라고 한참 고민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뒤에 시트와 그 아래 바퀴가 있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매연 냄새는 코를 찔렀으며 벨이 없는 신호등은 무서웠다.
아사히 맥주를 하이네켄이라고 오해하고 맛있다고 좋아했다. 나의 맥주에 대한 애정은 역시 그 정도에 불과했다.
20분 지났나 싶었는데 1시간 10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시공간적 감각이 무뎌진다. 듣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3.
어둠 속에서 안내해주셨던 시각장애우 송**님 김**님을 별도로 만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왜 사람들은 그 가이드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내가 어둠 속에서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그를 도와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경험하신 것을 기억해 빛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송**님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깊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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