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인상에 남은 글

남편의 인생은 길다

LEEHK 2007. 6. 21. 18:03

남편은 멋있었다.
대학 때 기타를 치던 그의 옆 얼굴은 날렵했다.
청바지를 입으면 살짝 올라간 엉덩이가 매력적이었다.

어느 날부터 무스도 안 바르고 출근 하기 시작했다.
바지 허리가 34를 넘었다.
아이들 과외비 대느라, 치아교정 시키느라
어느새 아저씨가 다 되었다.

 

꽉 막힌 출근길, 뚫린 길로 핸들을 꺾고도 싶었을 것이다.
상사가 있는 술자리는 혼자 갇힌 무인도 였을 것이다.

20대와 30대는 열정적이었다.
남편으로
아버지로
시대의 허리로
40대 그의 후반전은 더 뜨거울 것이다.

 

요즘 부쩍 몇 살로 보이느나고 묻는다.
대답대신 운동을 시작하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멋있지만
남편의 인생은 길기에.

 

 

++

 

 

2005년, 세계일보가 주최힌 제 12회 세계광고대상에서 동상을 받은 ㅅㅅ생명의 광고 카피이다.

오늘 허정석님의 광고 카피 Talk에서 나온 글이다.

이런 글일수록 쓰기 어렵다. 잘 쓴 글, 장면이 머리 속에서 마구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