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유품

LEEHK 2022. 7. 10. 01:13

재택근무를 위해 옷방을 치우고 근무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모니터 받침대 위, 큰애와 작은애가 만들어 선물한 물건과 편지 옆에 보라색 리본이 달린 작은 종이 상자가 있다.

언젠가, 일산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조용히 안방으로 부르셔서는 손에 쥐어주셨다. 그 즈음에 무엇인가를 선물해 드렸었다. 니가 해 준 것들이 고마워서 너만 특별히 주는 거라고, 종로에 다니시다가 생각이 나서 사셨다고 주셨다.
작은 큐빅 이십여개가 꽃 모양으로 세공되어 있는 로즈골드 링 귀걸이었다. 당시 어린 아들과 내 귀의 안전을 위해 귀걸이는 못 하고 있던 시기라 곱게 넣어두었다가, 어머니 돌아가신 뒤 서랍 정리를 하다가 다시 찾았다.
애들이 커서 내 귀를 잡아당기지 않기 때문에 귀걸이를 해도 되지만, 이제는 혹시나 귀걸이가 망가질까봐 잠깐 끼웠다가 다시 곱게 넣어두곤 한다.



어머니가 주신 게 참 많은데, 그 중 제일 큰 것은 애정이다. 나는 그 분의 자랑스러운 며느리였고, 어머니가 사랑하는 막내 아들의 고마운 반려자이고,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손주들의 껍딱이었다. 고부관계에서 존중과 지지를 많이 받았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정말 좋았던 것은 마음 속에 큰 자부심으로 남았다.


간혹 지칠 때, 답답할 때, 보라색 종이 상자를 열고 귀걸이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끼우기도 한다. 안정이 된다. 자기 효능감이 기능한다. 부모에 사랑 받은 자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중에 다시 뵈었을 때, 열심히 살았다고 자랑하고 칭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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