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일.

LEEHK 2018. 11. 3. 02:47

신랑과 나는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했다.

연차가 비슷하다보니 고민이 대략 비슷한데

신랑은 요즘 종종 악몽을 꾼다.

나는 밤중에 혼자 중얼거리는 게 늘었다.

 

전에는 돈 때문에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이는 거 아는 거 많아지고 이것저것 겪다보니

결국 그만두지 못하는 건 돈 때문인 게 맞더라,

 

 

이번에 결혼 십주년 선물로 뭘 사줄까 뭘 받을래 이야기 하다 보면

둘 다 갖고 싶은 게 없다.

“반지 맞출까? 별로 갖고 싶진 않지만.”

“기념패 맞출까? 이번에 회사에서 맞추니 십 만원이면 되겠더라.”

“스튜디오 사진 찍을까? 셀카가 더 잘 나오겠지만.”

“양가 김장비용 드린 걸 서로 선물 사준 걸로 퉁칠까?”

이런 대화를 하다, 정말 우리는 소비욕이 크지 않다고 깨닫다.

그러면 정말 그만두지 못하는 게 돈 때문이 맞는가.

 

 

 

둘 중 아무나 먼저 퇴사 선빵을 때리면

남은 하나가 어떻게든 이후는 책임진다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몸이 너무 안 좋아 회사 근처 요가수련원에 삼 개월 등록을 했는데

그거 다 다닐 때까지는 회사 다녀야 하지 않겠냐 하니

정말 잘했다며 그렇게 계속 다니라며 신랑이 물개박수를 쳤다. -_-

 

 

 

늘 학교가 즐겁다던 큰 아이도 요즘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한다,

욕설과 육체적 부대낌, 친구들의 과한 장난들을 피곤하단다.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집에서 쉬는 게 너무 좋아 집에 있고 싶다는 것이다.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면 안 가도 된다. 하지만

특별히 싫은 게 아니라면 학교에 가자 이야기 해주며

엄마아빠도 집이 회사보다 훨씬 좋지만 회사 다닌다고 이야기 하며

자신을 돌아봤다.

 

 

 

 

특별히 싫은 것들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마음 컨트롤을 이래저래 하며 확 답답해질 때마다

생각없이 관성으로 움직이려 노력한다.

기대를 낮추고 의지를 줄이고 욕심을 버리면 평화와 행복이 온다.

일로 자아실현의 꿈을 꾸던 버릇이 아직 남아 마음 속 갈등이 생기지만

 

 

정말 싫은 게 아니라면, 그냥 하는 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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