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어린이집 졸업식.

LEEHK 2018. 2. 22. 23:34

삶의 커다란 위기는 큰 아이를 임신해서 부터였다.

탄생과 육아는 더더욱 그러했고, 복직 후 수시로 위기가 닥쳐왔다.

둘째의 탄생, 육아, 이사, 전원, 복잡다사다난한 일들 속에서도,

아이는 자존감 높고, 잘 웃고, 삶이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주었다.

흔들리는 인생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것이

낳아주어서 고맙다고 속삭이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퇴근 후 와서 안기기에, 엄마 아직 씻지 않아 안 깨끗하니

목욕하고 나와 안아주겠다 하니, “엄마는 항상 깨끗해.” 라고 한다.

“이 세상 엄마들은 모두 다 항상 깨끗해.”

 

 

반차 휴가를 내고 어린이집 졸업식에 참여했다.

가운와 학사모를 갖추어 입은 모습이 반짝반짝 예뻤다.

 

선생님들께서 우쿨렐레 연주와 함께 노래 공연을 해 주셨는데.

“학교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 사랑.”

가사를 듣는 순간부터 부터 주책없이 눈물 줄줄 흘렸다.

5년 다닌 지난 어린이집 생각도 나고, 이번 어린이집도 정말 고맙고.

애들 졸업식에 엄마가 왜 우나 했는데 내가 울고 있었다. ㅎㅎ

 

 

 

“그런데 엄마 그거 아세요 엄마야 말로 저의 보물 1호예요

가끔씩 제가 엄마속을 썩혀드려서 엄마가 저몰래 눈물 훔치실때면

그거 아세요 후회하며 저도 울어요 하지만 엄마 이 다음에 제가 어른이 되면

엄마의 따뜻한 손 편안한 발이 되드릴게요

엄마는 하늘이고 냇물이세요”

 

 

노래는 정말 감동이었다.

집에 와서 다시 불러주는데 너무너무 좋았다.

졸업식 연습 많이 했는데 깜짝 선물 하려고 집에서는 비밀로 했다며

“엄마 놀랐지?” 라는 아이를 꼬옥 안았다.

우리 아이 이제 정말 어린이집 졸업이구나. 곧 초딩이구나.

 

 

 

출산과 육아의 시기가 위기였다고 이야기하지만,

원인은 아이가 아니라 그저 나이듦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듦은 원래 지난하고 지루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가 있어 그 과정을 버티는 동기부여가 되며

샘물처럼 샘솟는 사랑과 기쁨이 되기도 한다.

 

삶의 굴곡과 풍파 속에 버티는 게 이기는거다 되뇌이며,

저열한 어른이 되어 스스로가 한심한 날이 많은 요즘인데,

아이는 맑고 투명하고 신나고 귀엽게 잘 자라주어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