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7세 - 첫 젓가락질, 혼자 일어나 노는 아이.

LEEHK 2017. 11. 6. 22:24

"우리 애기~~" 하면 "나 애기 아니야 어린이야." 라고 대답하는 큰애는, 어른들의 행태를 모방하고자 하는 경향이 종종 보인다.

몇 달 전부터 어른 젓가락에 관심을 가지고 시도를 몇 번 하기에

"천천히 해~ 친구들 중에 이런 젓가락 쓰는 사람 없잖아~" 하니,

"있어. 한 명." 이라는 답이 돌아오다.

어차피 하게 될 거, 서둘러 뭐하나 싶었다.

"밥만 잘 먹으면 됐지~ 람이 하고 싶은대로 해~"

 

지난 주말 점심 식사 중, "엄마! 엄마! 젓가락!! 봐요!!" 급히 부른다.

수저세트 구매에 따라온 아이언맨 일반 젓가락으로

김치도 집고, 볶음밥도 덩어리도 집으며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으쓱으쓱~ 폭풍칭찬 해주고, 기념 동영상 촬영했다.



아이의 다음 단계를 굳이 지정해주고 유도하지 않아도,

또래집단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상호작용 하며,

좋은 선생님과 훌륭한 누리과정 교육을 받으며,

아이는 천천히 스텝업을 한다.한글을 읽고 쓰고, 한자를 익히고,

몰입해 독서하고, 이제는 젓가락질까지 도전한다.

 

큰애가 자라면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앞장 서 끌고 나간다고 잘 끌려오지도 않고,

원해는 타이밍에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도 않지만,

느긋하게 뒤따르며 천천히 걷고, 기다려주고, 눈 마주쳐주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며 사랑해주면,

아이는 어느새 놀랍게 자라있다.

행복해하며 자유롭게 도전하고 안전하게 돌아온다.

 

아이들은 늘 평일보다 주말에 일찍 일어난다.

신랑도 일찍 외출하여, 일어나야 하는 상황,

“람아~ 엄마 너무 힘들어 조금 더 자고 싶어.

동생 데리고 잠깐 니 방에서 놀면 안돼?” 하니 “응~~” 이러고

대답하고 “이리와~” 하며 동생을 손 잡아 데리고 가면서,

엄마 더 자라고 문까지 닫아준다.

그걸 봐서 그런지, 둘째도 아빠 손 잡고 방을 나설 때

“빠빠이~” 하고 씨익 웃으며 문을 닫는다.

 

 

잠결에 문득 큰 애가 없어 둘러보면, 아이 방에 불이 켜져있다.

다른 가족들 일어날 때까지 혼자 책을 읽고 있는거다.

일곱 살이 되어, 독서에 쾌락을 느끼고 나서,

혼자 조용히 몇 시간이고 책을 읽게 되어

꼭 옆에서 놀아주지 않아도, 혼자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하나 하나 발전하여 결국 곁을 떠나겠지만,

매일 매일 옆에서 그 변화를 목격하고 놀랍고 기뻐하니,

이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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