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탄생에는 많은 사연이 있었다.
람이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는 우리 인생에 더 이상의 아이는 없다라고 선언하였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 당시엔 아이가 주는 기쁨보단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의 힘듦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둘째는 없다라고 선언하였던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이에게 행복하고 보장된 미래. 즉. 부유한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에서의 풍족함. 성인이 되고서의 경제적 지원 등을 보장 할 수가 없었고 또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는 수 많은 시련과 난관을 아이가 바란 것도 아닌데 우리가 태어나게 함으로써 그걸 겪게 만든다는 것이 정말 미안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이 시작되면 반드시 따라오는 그것. 아이에게 생명을 주지만 더불어 죽음까지도 줄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생명보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컸기에 둘째 아이를 갖는것이 정말 맞는 것 인지 수도 없이 고민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말로 글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무언가 우리가족이 더욱 더 행복해지게 되는 것 이기 때문이라고 점점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고민을 부모님과 상의했을때 들었던 말은 "그래 너는 태어나서 또 형제가 있어서 좋지 않느냐" 였다. 그말을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나는 내인생은 태어나서 행복 했던거 같았다. 물론 죽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있었고 부끄럽고 도망치고 싶기도 한 적도 많았고 두렵고 자신이 없던적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나름 행복한 삶이였고 나의 자녀들도 그럴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아울러 내가 자라오면서 느낀 수 많은 감정들 그리고 시행착오. 어려운 상황들 이 모든 것에 대해 아이와 같이 이야기하고 교감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아이가 날 상대 해준다면 말이다.ㅎ)
2014년 말 2015년 초 쯤부터 람이를 키우는데 점점 수월해 지면서 둘째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우리 부부는 좀더 깊게 생각하였고 암묵적으로 나마 어느정도는 서로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한 와중에 9주간의 독일 출장이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가족과 떨어져있는 동안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점점 더 커 갔으며 독일에서 있는 동안 많은 현지 사람들이 가족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나는 내 가족과 더욱 더 행복하고 사랑하며 지내길 진정 바랐고 그러기 위해 새로운 가족. 즉. 둘째 아이의 탄생에 대해 거의 마음속으로는 결정하였다.
출장이 끝난 후 복귀해서 아내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하였고 아내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건강한 아이를 맞기 위한 준비를 하고 사랑의 결과물로서 둘째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서울이가 우리 가족으로 오게 되면서 우리 가족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우리의 사랑하는 첫째아이. 람이가 가족의 중심이였고 람이가 최우선이었으며, 람이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이 두 아이가 우리 가족의 중심이며 두 아이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서울이가 엄마 몸에 자리 잡은 것을 안 순간 우리 가족. 더 나아가 일산. 성남 식구 모두들 큰 축제였다. 물론 람이에게도 큰 선물이였다. 서울이는 엄마 몸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물론 엄마는 많이 힘들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는 서울이를 맞을 준비를 하였다.
조금은 미안한 이야기 이지만 람이가 엄마 몸 속에 자리 잡았을때가 더 많이 생각 나는 것 같다.;; 매일매일 람이에겐 새로운 동요를 불러 주었고 엄마는 입덧이 너무 심해 수박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못 먹었었다. 엄마 배 위에 손을 대고 있으면 꾸물꾸물 움직이기도 잘하였다.
서울이도 물론 람이와 같은 성장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람이 때보단 조금 신경을 못썼었던 것 같다.
서울이가 무럭무럭 엄마 몸속에서 자라고 있을때 엄마는 람이때보단 조금 덜 붐비는 산부인과를 다녔고 서울이는 람이때보단 좀 더 얌전한 것 같았기에 우리는 모두 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특히 람이도.ㅎㅎ 하지만 운명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사항이였다. 우리 서울이는 남자아이가 되고 싶었고 우리는 새로운 남자아이를 열렬히 환영하였다. 역시 그럴줄 알았어...라면서. 람이가 실망하던 그 순간은 영원히 기억날 듯하다.
서울이가 엄마 몸속에 있었던 순간을 람이도 기억하고 있는지 또 어떠한 추억으로 남아있을지 나는 정말 궁금하다.
서울이의 이름 결정도 쉽진 않았다.
원래 태명은 '희야' '덕순이' 등이 후보였지만 어느날 일산집에 가던 중 람이가 "'서울이'라고 하면 참 좋겠다. 나중에 자기가 서울에 오면 재미있을 것 아니냐 "해서 서울이가 되었다.
우리는 서울아 서울아 불렀고 그이름도 꽤나 이뻤던것 같다.
이름을 결정할 때가 다가오자 나는 많은 음절을 하나하나 대입해 보고 성명학도 찾아보며 아이에게 좋은 이름을 선물하고 싶었다. 결론은 성명학은 믿거나 말거나 이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하였고. 음이 어여쁜 이름으로 고르게 되었다.
이름의 후보로는 기존에 만들었던 몇 몇이 있었고(사실 이 두 개는 여자아이일 때 사용하려고 했었다.) 여기에 추가로 몇 가지 후보를 주어 좀 더 멋진 이름을 고를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하나하나 대입하다보니 멋진 이름이 나오게 되었다. 한자의 경우도 이번에는 내가 직접 결정하고 싶어서 예전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에 사용한 한자로 결정하였다.
서울이는 엄마 몸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하지만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엄마가 태아가 너무 클때까지 품속에 가지고 있으면 엄마가 매우 위험해 질 수 있으므로. 의사 선생님과 상의 끝에 일정을 좀 앞당겨 36주에 제왕절개로 출산하게 되었다. 조금 이른 편이지만 서울이는 워낙 튼튼하여 별 문제가 없었다.
서울이가 태어나는 날은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 마치 람이가 태어나던 날 처럼. 아직 예정일이 아닌데 자기전에 엄마 몸에서 이슬이 비치는 것 같아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계속 추이를 보다가 결국 수술을 결정. 갑작스럽게 예정에 없는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내 기억엔 분당 서울대 병원의 그날 첫번째 수술이였다. 아내를 수술실로 보내고 대기실에서 마음 졸이고 있다가 오히려 너무 걱정하면 안될것 같아 다른 생각을 해보기도하고 티브이를 아무생각 없이 보기도 하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수술 받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모니터에 수술 현황이 가득차게 되었다. 난 솔직히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많은 수술이 진행되리라곤 생각 못했기에 좀 놀란 편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보호자를 찾았다. 수술실 문 앞으로 가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이 잘 되었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처음 만난 서울이는 태지로 뒤덮혀 있었다. 그리고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혹시 어디가 아픈지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이동을 위해 인큐베이터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안심하였다.
서울이는 람이와는 다르게 생겼다. 좀 더 넓적하고 머리 숱도 많고 코는 납작하고 인상을 팍 쓰고 있는게 참 귀여웠다. 람이가 이쁘고 잘생긴편이라면 서울이는 남자답게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장인어르신과 처남을 좀 닮았다. 하지만 확실히 나와 아내의 아이였다.^^
서울이는 람이와는 달랐다. 하지만 아이를 처음 만날때의 느낌은 람이때와 마찬가지였다. 어여쁜 우리 아들들은 이제 나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물론 람이 혼자만 있을때보다 힘든건 더하다. 더욱이 엄마가 더 많이 고생하고 있어 안쓰럽다. 하지만 서울이가 태어남으로 우리가족이 더더욱 행복해진 것은 사실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서울이가 태어난 건 우리 가족의 축복이고 나와 아내가 한 선택중에서 정말 잘한 일 중 하나이다.
이제 곧 우리 가족들만의 보금자리가 생긴다. 우리 아이들과 내 사랑하는 아내와 우리의 보금자리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 가족에겐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계속 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된다. 이 모든 것을 함께해주고 있는 내 사랑하는 아내가 정말 고맙다. 우리가족은 앞으로도 더 행복하게 살 것이다. 아들 둘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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