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아버지와 운전.

LEEHK 2013. 10. 17. 23:37

며칠 전 아이 병원 진료 때문에, 해당 일만 근무시간을 한 시간 늦게 시작해, 한 시간 늦게 끝나게 조정했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께서, 그러지 말라며 병원에 함께 가 주셨다.

 

병원 진료 후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서 출근할 계획이었는데, 본인이 데리고 가시겠다며 나는 그냥 출근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의사를 직접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 일단 진료는 함께 가기로 했다. 2대로 출발해 병원 진료 후 아버지는 아이와 어머니와 집으로, 나는 회사로 흩어졌다. 회사생활 하라고 최선을 다해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날 굉장히 인상깊었고 마음이 찡했던 것은, 2대로 병원에 가던 순간이다. 우리 아버지의 운전 스타일은 무법자 과속 대마왕에, 외제차에 백발 중년이 운전하는 포스에, 끼어들기 선수라 엄청 빠르셔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타입이다. 그런데 이 날은 계속 천천히 내 뒤를 따라오셨고, 끼어들 타이밍에는 먼저 끼어들어가신 뒤 내가 들어갈 간격을 벌려놓으셨다. 서로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운전인데 간혹 깜빡이로, 대부분 누군가가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대화하는 느낌, 보호 받는 느낌이었다. 내 차는 우리 아버지 차의 보호와 배려 안에 있었고, 뒷좌석 카시트에 앉은 내 아이는 우리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 있었다. 러시아워의 차도 한 가운데서 마음이 찌릿해왔다.

 

 

 

독립해 가정을 꾸리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그래도 울 아부지 어머니의 딸이구나. 사랑 받고 보호 받고 예쁨 받는 딸이구나 하는 마음 찡함, 우리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짠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무한한 내리사랑이 내 아이에게도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의 딸이라 행복하다. 내 아이의 조부모가 우리 부모님이라 기쁘다.

 

부모님께 존경과 사랑을 더 자주 많이 표현해야지 다시금 결심했다. 일산에 계신 시부모님께도, 함께 살아주시는 친정 부모님도, 사랑을 주신 뒤의 마음이 충만하게 가득하시길 계속 채워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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