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자료는 지난 2월 팀 회의를 할 때 인트로로 써먹었던 PT이다. 개인정보 및 사내보안 이슈가 있을만한 사항들은 중간에 대여섯 페이지 정도 생략했다. 화려한 슬라이드 마스터와 애니메이션 기술을 전혀 쓰지 않고, 기본 글씨체와 기본 슬라이드 마스터 구성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만을 강조하며 만든 자료이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자료이자, 최근 많이 생각하는 주제와 관련된 것이라 첨부한다.
현재 있는 팀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내가 제약 사항은 빠르게 포기하고 장점만 보며 쉽게 적응하는 성향을 가진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이유가 더 크다. 매력적이지만 좀 모난데도 많고, 일도 잘 하고 나름 재미있고 웃기기도 하고, 착하기도 한, 한 마디로 '좀 이상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을 강하게 제어하지 않고, 평소에는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달려가게 두었다가 필요할 때만 한 두번씩 고삐를 잡아주는 리더가 있어 더욱 시너지가 난다.
* 이 부분에서 조심스러운데... 난 이전 리더 분도 굉장히 좋아한다. 사람은 모두 다 다를 뿐, 옳고 그름이 없듯이,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이 맞지 않는지는 각자 개인차가 있다. 현재 리더 분과 팀원들이 궁합이 잘 맞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그 분의 그런 성향이라는 것이다. 이전 리더분도 나름의 다른 방면의 장점이 있으셨다. :)
나는 상당히 쉽게 불타오르고, 잘 달려가고, 잘 호응하고, 잘 웃고, 주변 사람들을 확 휘어잡고, 쉽게 신나하지만, 반면에 너무 몰아쳐서 사람들이 숨차할 때도 있다. 그럴 때 한 템포 쉬도록 옆에서 잡아주는 존재가 몇 명 있어, 더욱 안심하고 즐겁게 달려갈 수 있어서 좋다. 누군가가 달려가는 나의 뒷꼭지를 잡아채준다면, "아 그래?" 하고 같이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내가 또 너무 달려갔구나. 잡아줘서 고마워." 라고 인사할 수 있다. 그런 상황들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굉장히 안심되고 좋았다. "그만 멈춰." 라는 언어를 부드럽게 하시는 분도 있고, 무뚝뚝하게 하시는 분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어투가 아니다. 귀찮으니 아무말도 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에 조언을 주었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성의를 표현 것이다. 어릴 때는 그 어투의 따뜻함과 차가움에 따라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 한 곳으로 너무 몰려가지 않도록 타인의 시각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조직이라는 것은 여럿의 사람이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지금 같은 격동의 시기에는 선장만 앞을 보고 나머지는 죽은듯이 노만 저어서는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각자 서로를 이해하고 목적지에 대한 생각은 공유하지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표현하고, 각자 다른 관심사와 시야를 가지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두명에서 시작한 흐름이 합리적이라면 조직 전체의 방향 자체가 바뀌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몸은 한 곳을 향해 나아가지만 시선은 각자 다른 곳을 보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직이고, 현재 우리 팀이 상당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 할 때 신이 나서 쉽게 업되고 잘 웃고 흥에 겹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주변에서 "잠깐 너무 나갔다 멈춰." 하면서 잡아준다. 그리고 안심한다.
이번에 신입을 하나 받았는데, 그 분이 입사한 뒤로 다들 착해졌다. 이는 없던 가식적인 모습이 나온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 본연의 선함을 드러낼 기회를 다들 노리고 있으나, 딱히 계기가 없으면 그냥 타성에 젖어 살던대로 살기 마련이라는 듯이다. 계기만 주면 사람들은 움직인다. 내가 학생 입장일 때는 공부가 참 싫었는데, 누군가를 가르치게 된다면 그 분야의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아이러니가 그러하다. 도움을 주게 되는 상황은 너무 자주 있어도 곤란하겠지만, 적절하게는 꼭 필요하다.
일적으로 내가 도움을 주는 분들이 사적으로는 나를 많이 지탱해주고 있다. 최근에 모님이 대화 도중 "화경님이 우리 중심이에요. 그런데 화경님은 대나무 같아서, 부러지지 않게 주변에서 우리가 잘 지지해주면 되요." 라고 표현을 해 준 것이 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굉장히 마음이 편안해졌다. 얼마 전 직장 동료와 심각한 마찰이 생긴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 때문에 신경쓸 것도 태산인데, 사적인 부분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다가 저 분이 나가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을 심각하게 했던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일적인 부분에서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되는구나, 그리고 일적인 부분에서 받은 스트레스 역시 주변 동료들이 감정적으로 완충 작용을 많이 해주시는구나 라는 안도감이 따뜻하게 차올랐다. 정말 좋은 분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인복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어느 순간에는 굉장히 뛰어나지만, 어느 순간에는 유리알처럼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때를 옆에서 적절히 밀어주고 막아주고 받아주고 보호해주면, 그는 본인의 능력을 넘어서 150%, 200%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사람은 행복하고 긍정적인 상태일 때, 기억력도 더 좋고, 학습 효과도 좋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부분이다. 우리가 혼자 일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 뭉쳐 일하는 것은, 단순히 1 man/month 보다 2 men/month 가 좋다는 정량적인 이유가 아니다. 1+1은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있고 10이 될 수도 있는 것은 그들 간의 상호교류가 선순환할 때 가능하다.
이상적인 조직의 첫 번째 조건은 조직원들이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관심사와 각기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고, 그것들이 잘 공유되어 서로를 자극하여 자기계발의 의욕을 돋구며, 전체적으로 발전해나가며 그 조직이 고인 물, 썩은 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동료간에 유대감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주고, 나를 도와준 사람에게 내가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통하는 진리- give and take 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리더의 역할이다. 조직원들이 각자 하고픈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큰 틀에서 그것들을 조망하며 때때로 개인의 업무 방향만 조직 전체의 목표에 맞게 살짝 수정해주는 것이 훌륭한 리더다. 너무 방치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너무 틀어쥐고 시키는 일만 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요리할 때 양념은 적당히 넣어라'와 같은 수준의 참으로 애매한 표현이다. 서른 넘은 각자 생각과 고집 있는 성인들을 2자리 수 이상 모아놓고 그들을 관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기도 하고, 내가 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한 왈가왈부를 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기에, 리더에 관한 언급은 이정도로 짧게 치고 빠지겠다.
일할 때 흥이 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흥이 났을 때 회사를 다니는 즐거움이 생기고 업무 효율도 좋아진다. 이상적인 조직에 있을 때 사람들은 흥이 난다. 그리고 나는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고, 현재 조직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하루하루가 매우 즐겁다. 많은 부분에서 감사한다.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고, 그들의 변화에 함께 행복해하고 싶다. :)
'일 > 産業工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략적 문제해결 교육 후. (0) | 2013.10.18 |
---|---|
교육과 공유의 중요성. (0) | 2013.05.29 |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 방법 (0) | 2010.01.29 |
좋은 강사, 좋은 발표자가 되는 비법 소스. (0) | 2010.01.29 |
카피라이팅과 디자인에서의 소통 (0) | 2010.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