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시어머니 근속 30주년 기념 떡.

LEEHK 2012. 12. 5. 09:56

 

 

우리 시어머니에 대한 자랑을 들으면 다들 시집 잘 갔다 전생에 나라를 몇 개 구했냐 등등 많은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신다. 그 정도로 우리 어머니 정말 멋지시다.

 

며느리에게 해 주시는 배려와 따뜻함. 시댁 가는 것이 기대되는 어머니의 끝내주는 손맛. 쉽지 않으셨을텐데- 아들딸과 며느리를 차별 없이 아껴주시는 점, 무엇보다 나와 내 아들을 소중하게 여겨주신다는 마음이 와 닿는 따뜻한 눈빛을 받고 있자면, 정말 어쩜 이렇게 신랑도 시댁도 잘 골랐던가 하는 감동에 젖어들게 된다.

 

 

 

신랑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울 엄마 일하면서도 자식 세 명 도시락은 꼭 아침마다 따뜻하게 싸줬어. 얼마나 맛있는지 친구들이 다 반찬 얻어가고 그랬어." 이다. 출산 전 양재동 신혼집에서 도시락 싸서 다닐 때도 주말마다 시댁가서 만들어주시는 며느리 도시락 반찬을 받아서 회사 동료들과 나누어 먹을 때도, 정말 맛있어서 다들 감탄했었다. :) 한국 전통 문화에서 항상 그리움과 애잔함으로 기록되는 어머니상- 우리 시어머니는 그런 분이다. 일도 하며 살림도 하며 아이도 키우며 시아버지와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림을 하나하나 늘려가며 정말 열심히 사신 분이다.

 

 

본인이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오신 분들이 미즈넷이나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이유는 본인의 며느리에게도 본인과 같은 인내와 희생의 삶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전혀 그러지 않으신다. 음식도 잘 하지 못하고, 철 없고, 살림도 잘 못 하고, 그저 공부하고 돈 버는 것만 해온 요즘 젊은 것들의 대표적인 여자애를 며느리로 받으셔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시고 아껴주신다.

 

내가 나중에 나이 들어 우리 어머니처럼 마음을 쓸 수 있을까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나 젊을 때에 비하면 요즘 것들은 정말 못쓰겠다." 라는 정서는 인류 최대의 불평 아니던가.

우리 어머니는 정말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시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줄 아시는 현명함과, 사람을 보듬어 안을 줄 아는 따뜻함은 신랑과 아주버님, 시누에게도 잘 전해주셨다. 일 하시며 어쩜 이리 애들도 잘 키우셨을까??

 

 

 

 

가족적인 면 이외에도- 한 사람의 선배 직장인으로, 선배 어머니로서, 선배 워킹맘으로서 우리 어머니를 보면 존경심이 한없이 솟아오른다.

 

한 직장에 30년 근속을 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으셨을까. 내가, 혹은 우리 신랑이 정말 30년이나 일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한 직장에서. 그것도-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때로는 자존심도 굽하며 지나가야하는 영업의 세계에서.

 

 

기념해드리고 싶었다. 존경과 애정을 전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우리 시어머니를 부러워하게 하고 싶었다. 이 분은 그 긴 시간 동안 일터와 가정을 성실하게 지켜오신 분이고, 그 분의 자녀가 이렇게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한다고- 알려드리고 싶었다.

 

 

 

 

* 출떡 에서 답례떡 24호 120상자 주문하였고, 상자 겉면에 사진과 같은 문구를 붙여서 어머니 회사 조회 시간 직전에 넣어드렸다.

* 출떡은 지인의 남동생이 하는 업체인데, 맛있고 예쁘고 뽀대난다. 가격은 품질만큼 한다. ^^; 회사 할인 10%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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