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4번째 결혼기념일.

LEEHK 2012. 11. 15. 18:52

 

 

 

 

 

결혼기념일 당일은 둘 다 일찍 들어오기 어려웠다.

그래서 기념일 전 날, 친정 어머니의 양해를 얻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장거리 통근 하는 우리 둘의 퇴근 동선이 맞는 지점의 식당을 고민하다 간단히 라멘집에서 먹었다.

비싼 뷔페를 가봤자 많이 먹지도 못할 것 같아- 라멘집에 갔는데 맥주가 대박이었다. 꽁꽁얼린 잔에 평범한 카스 생맥을 따르는 순간 살얼음이 쫘악 올라오는 시원한 첫 모금! 그 맛에 반해 2차까지 한 가게에서 했다.

교지와 맥주로 입가심하고 라멘까지 1차, 오꼬노미야끼에 맥주 추가해서 2차! 한 시간 반 동안 부지런히 기념일을 자축하고 아홉시 전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우리 아들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

 

 

 

 

기념일 당일은 할인카드 활용해서 젤 저렴한 케이크 하나 사서 촛불에 불을 붙였다. 케이크 상자를 보자마자 람이는 박수를 쳤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기억이 나는 것일테다. 모든 불을 끄고 촛불 네 개에 생일축하 결혼축하 노래 두세번 부르는 동안 모든 가족의 시선이 아이의 얼굴에 향해 있었다. 덩실덩실 리듬타며 손을 흔드는 우리 집의 복덩이.

 

불을 끄자마자 자기 입을 가리키며 먹고싶다고 한다. 온 가족이 뻔뻔하게 "이거 먹는 거 아니야. 아무도 안 먹잖아." 하면서 케이크를 치웠다. 그러자 곧 흥미를 잃는 아들- 언제까지 이렇게 속여넘길 수 있을런지. 그 전에 알러지가 소실되는 좋으련만, 이번 버터구이 사건을 보니 두 돌 전에 소실은 글렀다. 생후 20일쯤 만났던 의사도 세 돌을 목표로 하자 하셨으니, 세 돌로 목표를 어렵게- 마음을 다독이며- 수정 중이다.

 

 

 

 

사랑하는 아이가 생긴 뒤의 결혼기념일을 맞벌이 부부는 각자 시간에 쫓겨 생활하느라 선물도- 편지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나 겨우 1.5시간의 짧은 저녁식사 데이트, 그리고 당일 몇 분간의 깜깜한 가운데 빛나는 촛불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를 올해도 빌고 또 빌었다.

 

 

 

 

결혼 사 주년 축하. :)

' > 현재를 찍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어머니 근속 30주년 기념 떡.   (0) 2012.12.05
가을의 기록.   (0) 2012.11.17
한남대교 전망카페.   (0) 2012.11.13
2012년 가을의 남산.   (0) 2012.11.02
치과 대기시간 동안 낮잠.   (0) 201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