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신랑이 목욕을 시키지민 간혹 내가 머리를 감길 때, 세수할 때마다 "눈감아~" 하며 물 젖은 손으로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렸다. 몇 번 들은 경험이 있는데다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셔서인지, 이제 "눈감아~" 하면 눈을 감는다. "눈떠~" 하면 눈을 뜨며 배시시 웃는다. 어른들이 잘한다고 박수치고 웃으니 자기가 칭찬 받은 걸 아는지 좋아한다. 무척 귀엽다.
하루 수유를 두 번 한다. 젖 먹다 잠들지 않도록 노력해왔었는데, 복직하며 마음이 약해져서 원하는대로 방치했더니 잠들려는 순간에 젖이 입에서 빠지면 짜증낸다. 유치에 충치가 생길까봐 젖 먹다 자면 깨워서 양치를 하고 다시 재우려 노력 중이다.
초저녁에 먹고 잠들어버려서 망설이다 부드럽지 않게 내려놓았더니 울며 밖에 나가자 한다. 방은 자는 곳, 거실은 노는 곳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는지 졸릴 때는 방에 가자 하지만, 깨면 거실로 나가자 한다. 안나가면 울며 찡찡댄다.
양치시키고 놀다가 할머니께서 드라마 보시는 시간이 되어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놀아주다가 기저귀 갈며 눕혔는데, 한 번 누으니 피로가 몰려오는지 젖 달라고 울고불고. 거의 30분을 울었다.
배 위에 올려 안아 "엄마가 사랑해 람아~" 하며 등 쓰다듬기를 반복하다보면 금새 그치다가도 또 서러운지 수유 시 엄마가 등을 기대는 베개를 가리키고 물어뜯고 난리였다.
그런데 람이 두피에 땀이 나고 있었다. 머리가 촉촉히 젖는 것을 느낀 게 처음이라 신기하고 놀라웠다. 자라며 피부가 건강해지며 모공이 발달해 땀으로 인한 체온 조절과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지며 아토피가 호전된다는 이론이 있는데, 정말 기대된다. 등과 이마에도 촉촉히 땀이 베어나와 있어서 다음날 아침에 물목욕을 시켰다. 땀이 나오면 잘 씻어주고 보습해야 하니까.
아침에 8시 반쯤 출근한다. 람이 챙기고 나 챙기고 하다보면 후다닥 달려나가기 바쁘지만, 람이와 작별인사는 꼭 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를 꼬옥 껴안고 "람아, 엄마 회사 갔다올게. 할머니 할아버지랑 선생님이랑 재미있게 놀고 있어. 엄마도 열심히 일하고 올게. 저녁에 같이 놀자. 사랑해." 하고 말한다. 람이도 내 어깨를 꼬옥 붙잡고 안겨있다. 계속 안고 싶지만, 나가야 하니 "할머니 안아~" 하면 할머니에게 두 팔 내밀어 안긴다. 현관 중간문을 닫고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면 담담한 얼굴로 빠이빠이 한다. 보통 내가 문을 닫을 때까지 친정어머니와 람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내 장황한 작별 인사가 끝나자 할머니에게 가라는 말도 안 했는데 두 팔 벌려 할머니에게 스스로 안겼다. 엄마와의 아침 인사의 순서를 알고 아 다음 코스는 이거지 하며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아이는 참으로 똑똑하고 모래가 바닷물을 흡수하듯 빠르게 주변을 보고 배운다. 신기하고 놀랍고 기쁘다.
'람이 > 보물과 만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람이 466일 - 벌써 몇 번째 감기인가. (0) | 2012.05.17 |
---|---|
람이 462일 - 숟가락질 하기. 삑삑이 신발. (0) | 2012.05.13 |
람이 448일 - 열. (0) | 2012.04.29 |
곧 15개월 아기 람이의 일과. (0) | 2012.04.28 |
Crayola sit'n draw travel table. (0) | 2012.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