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결혼 3주년 기념 신랑의 메일. :)

LEEHK 2011. 12. 20. 00:29

바람도 잠근 고요한 새벽

작은 알람진동 소리에

급히 일어나서 당신과 아이를

바라 봅니다.

 

미동도없이 자고 있는 당신의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

여기저기 뒹굴도 있는 기저귀와

가재수건은 오늘도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혹여나 당신과 아이가 깰까봐

조심스러우면서도

잘다녀오라는 당신의 인사를

받고싶은 마음이

잠시 뒤섞입니다.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나서는 출근길은

항상 춥고 고요합니다.

오늘도 많은 어려움이

나를 맞이할것 입니다.

 

당신도 오늘 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녀린 소녀는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강인한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많은 눈물과 치열한 상황이

당신을 변화 시켰지요.

당신이 겪은 끝이 안보이던

고통의 시간을 항상 같이

보내주지 못해 늘 미안합니다.

 

하지만 내게 당신은

영원히 22살의 테르지의

소녀입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항상 당신 곁입니다.

 

돌아가는 버스안은 어둡습니다.

만원 17번 버스는 언제나

권태롭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당신과

아이를 만난다는 사실이

나의 몸과 정신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짧지만 기쁜 재회의

시간을 뒤로한채

다시 이불속에 몸을 맡깁니다.

그때 이루어지는 당신과의

대화는 내 삶의 청량제

입니다.

 

이제 내일을 주말을 기약하며

잠을 청할때 온몸을 휘감는

평안함이 찾아옵니다.

 

짧지만 사랑하기도 모자란시간.

우리 힘을 다해 사랑합시다.

 

어두운 밤은 곧 지나가고

다시 새벽이 올 것입니다.

그 새벽이 올때까지 나는

당신과 아이 곁에

영원히 함께 하겠습니다.

 

2011.11.16

당신의 복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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